함안 낙화놀이
함안에 불이 내렸다.
물 위에 떨어진 불씨가 아닌,
내 마음 안으로 파고든 불꽃이었다.
음력 4월 8일,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나는 늘 그래왔듯 절에 가야 했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게 흘렀다.
전날,
나는 묵주를 쥐고 절에 들렀고
당일,
나는 카메라 하나 들고 함안으로 향했다.
내가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은
이날만큼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날은 종교보다 빛과 침묵을 선택하는 날이었다.
그날 밤,
강 위로 불이 흘렀다.
불빛이 강물 위를 두드리고,
작은 불씨들이 바람에 흩어졌다.
누군가는 셔터를 눌렀고,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바라봤다.
나는 둘 다였다.
카메라를 든 나와,
그저 멈춰 선 내가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불꽃은 떨어지는 게 아니라,
내 안에 내려앉는 것 같았다.
사진으로는 잡히지 않는 떨림,
말로는 다 담지 못할 고요.
그 모든 것이
내게 하나의 문장을 건넸다.
“오늘의 불꽃은, 당신 안에 오래 남을 겁니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돌아오는 길에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낙화는 불이다
불은 빛이다
빛은 마음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조금 더 뜨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