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하지 마세요

보이지 않을 때야 비로소

by 향기녀

나는 되도록 남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게 사는데 거스름이 없고 맘도 편하다. 하지만 속세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늘 미디어와 SNS에 노출되고 남 신경을 쓰지 않는 환경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오늘도 무얼 입고 무얼 먹는지 누굴 만나는지 어딜 가는지 무얼 하는지.


직업 특성상 마케터로 일하기에 트렌드를 쫓고 남들이 뭘 좋아하는지 뭘 하는지를 보는 게 너무나 중요한데 그 안에서도 내 맘 속엔 알게 모르게 비교의 씨앗이 자라나고 있었다. 수련을 거듭할수록 나는 무엇보다 나를 돌아볼 시간에 나는 '남'에게 더 시선과 의식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나 부쩍 찐 살 때 문인지 매번 ‘의식’을 하게 된다. 몸도 무거운데 요가클래스에 들어가는 발걸음마저 무거웠다. 수련하러 온 사람들이 왠지 다 나를 쳐다보는 것만 같았고 나 스스로 불룩 나온 배가 하염없이 민망했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지만 요가매트 위에 서 있을 때조차 의식은 옆으로 삐죽 새어 나간다. 호흡을 들이마시고 나에게 집중해야 하는 시간에조차 옆사람의 유연함이 보이고 앞사람의 균형이 보인다. 요가매트 위에서 조차 의식하고 또 비교하고 있다. 요가매트 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요가를 배우고 수련을 한다고 해서 의식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선명하고 또렷해졌다. 내가 얼마나 자주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나를 확인하려 하고 타인의 시선 속에 갇혀 있는지까지.



불이 꺼지니 펼쳐진 마법

이번 프랑스 출장 중에 만난 바레 클래스에서 기이한 경험을 했다. 센터는 밝게 불을 밝히고 수업을 하는 일반적인 장소와는 달리 마치 클럽 혹은 스피닝 클래스처럼 조명이 꺼진 어두운 암실에서 밝은 사이키 조명과 선생님의 무대만을 하이라이트 한 채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장소자체가 클럽 같고 뭔가 힙하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실제 클래스를 듣다 보니 완전 생각이 바뀌었다.


불이 꺼지고 어둡다 보니 옆에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앞에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나만 보이고 나에게 오롯이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물리적으로 차단되어 남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나는 의식할 필요가 없게 되었고, 의식하지 않았다.


수련생이 온전히 자신의 무브먼트에 집중할 수 있는 최고의 상태를 센터에서 환경적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첫 경험이 강렬했다. 15명 가까이 되는 수업인데도 선생님과 나만 있는 수업처럼 느껴졌다.


의식에 대해서 생각하면 할수록 의식을 완전히 떨쳐 버리지도 못하지만 의식을 떨쳐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까지 왔다. 그 자체가 인간다움이기에. 나는 이제 이런 의식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 다만 알아차린다.


"지금 나는 밖을 보고 있구나. 안을 돌아보자.

지금 또 나는 나보다 남을 생각하고 있구나."


비교하지 않고 남을 의식하지 않는 것은 곧 나의 현재에 집중하는 것.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했지만 조금 더 자주 나에게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사진출처: pexels - Dorran, Veerendr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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