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오히라 미쓰요) 리뷰 1.
아마 어디로 전학을 가든 소문은 금세 퍼질 테고, 또 괴롭힘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애초에 자초지종을 다 알고 있는 원래의 학교로 돌아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가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엄마가 결심한 듯 말했다.
"길에서 걸어가고 있으면 사람들이 수군거려."
-저것 봐 저 사람이야. 저 여자 딸이라니까. 요전번에 강 둔치에서 할복자살하려던 애.
틀림없이 부모가 잘못 키운 탓이다. 애를 제대로 가르쳤어야지.
"엄마는 길에 나다니지도 못하겠어. 게다가 학교까지 안 간다면... 부탁이니까 제발 학교에만은 가.
정말 창피해 죽겠으니까."
동네 사람들 중에는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개중에는 무슨 재미있는 사건이나 파헤치는 양 흥미 본위로 아무 말이나 막 하는 사람도 있었다.
엄마도 속이 많이 상했겠지만, 나는 엄마가 한 말에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내가 이렇게까지 힘들어하고 있는데... 엄마는 나보다 세상 사람들의 눈이 더 중요하다는 거야...?'
이렇게 엄마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이 말을 억지로 삼키며,
"엄마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3학년 1학기부터는 학교에 갈게."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나 스스로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고,
더 이상 엄마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p.77-78.)
무사히 합격한 기쁨에 먼저 담임선생님께 알리려고 합격통지서를 움켜쥐고 학교로 갔다.
한껏 부푼 마음으로 교무실 문을 조금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랬더니 담임선생님은 내가 온 걸 보고 교무실 밖으로 나왔다.
난 합격통지서를 자랑스럽게 내밀며,
"선생님, 저..." 하고 말을 꺼냈다. 그리고 말을 이으려 하자,
담임선생님은 내 말을 중간에 끊어버리고는,
"뭐냐? 양아치 같은 머리를 하고서는, 그런 머리를 하고 어딜 간들 네가 뭘 할 수 있겠어?"
합격한 것에는 전혀 관심도 보이지 않은 채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교실로 향했다.
'지금껏 선생님한테는 반항만 해왔기 때문에, 용서를 빌려고 제일 먼저 달려왔는데..."
내가 워낙 잘못을 해왔기 때문에 화가 나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단 한 마디라고 좋으니,
"축하한다, 이제 앞으로는 열심히 해라."
이렇게 말해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집으로 돌아가면 머리도 곧바로 까맣게 다시 염색할 생각이었는데. (p. 110-111.)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합격했는지를 물으셨다.
"어땠니?"
나는 온통 구겨진 합격통지서를 내밀었다.
"합격했구나."
"..."
"잘했다. 잘했어."
"..."
"그렇지만 고등학교에도 안 가고 미용학교에 간다니, 친할머니나 친척들한테는 뭐라고 설명하지?"
엄마는 내가 고등학교에 가지 않는 게 무척 자존심이 상했는지
친척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는 듯했다.
"아니, 뭐가 그렇게 창피한데...?"
"뭐?"
"뭐가 그리 창피하냐고 묻고 있잖아?"
"그런 건 아니지만..."
"그게 아니면 무슨 뜻인데...?"
"..."
엄마는 말문이 막혔는지, 침묵한 채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며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다시 치밀어 올랐다.
'당신이 이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체면이라는 걸 완전히 망가뜨려주지...'
나는 그 길로 집을 나와 버렸다. (p.11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