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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달이 Jan 04. 2022

'글'과 공부에 대하여

글을 잘 읽는 것의 중요성

과학기술과 여러 가지 미디어 시스템의 발달로 '종이책(도서관)' 외에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많은 방법이 나타났다. 인트라넷을 통한 정보 교환에서 시작된 통신망은 현재 인터넷을 통하여 전 세계로 연결되었고 전화선을 이용한 정보전달에서 광섬유를 이용한 정보전달 이제는 특정 주파수를 이용한 비접촉 매체들로 실시간으로 많은 양의 정보들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보의 종류에는 크게 시각정보, 청각정보가 있다. (촉각, 후각정보는 아직 매체의 한계로 전달이 어렵고 더 제한적이다.)


시각정보에는 영상, 그림, 문자가 있고,

청각정보에는 음악, 육성(또는 변조된 목소리)이 있다.


많은 미디어 장치로 방대한 분량의 자료들을 접해서 그렇지 사실상 우리가 직접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보의 종류를 분류하면 위의 5가지 정도로 카테고리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매체의 기능에 따라 5가지 중 무엇을 조합하느냐의 문제이다. 인류가 이 땅에 존재해 온 이후로 가장 오래전부터 사용되고 보존된 정보전달(표현) 방법은 아마도 그림일 것이다(동굴벽화 등 / 문자보다는 훨씬 더 직관적인 표현). 문자는 고대 수메르인부터 중국 상나라의 갑골문, 지금은 죽은 언어(말)인 라틴어, 영어권의 알파벳, 러시아어, 한자를 가진 중국어, 카나 가나(히라가나)의 일본어, 아랍문자 그리고 한국의 훈민정음 등 그 언어에 맞는 문자를 가진 국가(국민)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이며 그 창제 원리와 창제 시기를 알고 있는 문자는 한글을 제외하고는 더 드물다. 심지어 표음문자라 자음 모음의 종류와 구성 원리만 알아도 '글'을 읽을 수 있는 너무나 엄청나고 훌륭한 문자가 바로 한글이다. 우리나라의 문맹률이 세계적으로 낮은 이유도 이러한 한글의 우수성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효과적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 '공부'를 시키기 위해 다양한 전달 방식을 이용한 교보재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최고의 교보재는 '글'로 쓰인 '책'이다. 언젠가 (PMP,  PDF, 은하수 탭, 사과 패드 등) 패드류가 출시되고 컴퓨터를 이용한 독서 등이 유행하기 시작할 때 활자매체가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 보았을 때 그럴 가능성은 아주 낮을 것으로 보인다. 종이책의 엄청난 장점(강점)을 그 미디어 기기들은 대신할 수 없다.


  종이책의 강점은,

  1. 실체가 있다. (대체 불가능한 감성이 있음.)

  2. 필기가 가능하다. (수업을 들을 때, 혼자서 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르는 내용을 기록해 놓을 수 있음.)

  3. 내가 원하는 부분을 바로 찾아서 읽기 쉽다. (전자책은 쪽수를 알고 있거나 클릭클릭클릭클릭..)

  4. 다 읽었을 때..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덮었을 때, 왠지 모를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생긴다.

  5. 돈을 지불하고 구매해도 가치가 느껴지고,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에 더 잘 읽을 수 있다.

  6. 전기(배터리)가 필요 없다. (아주 막강한 장점..)


서론이 길었는데, 글을 읽는 것이 왜 공부에서 중요한가를 이야기하자면 결론적으로 모든 지식은 이 '글'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문화'라는 말은 글월 문, 될 화 두 한자를 쓰는데 글이 실체로 나타난 것을 의미한다. 영화는 '시나리오'라는 글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음악은 '악보'라는 음악의 글을 통해 실체로 나타나게 되고 회사에서는 '보고서(계획서)'라는 글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상품과 그에 따른 성과를 만들어내게 된다. 심지어 이 세상의 모든 생물은 DNA(특정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코돈을 이용한 단백질 합성-센트럴 도그마, 알레르-형질 정보의 기록)에 숨겨진 게놈이라는 생체정보를 바탕으로 한 특이적인 생물을 구현해 내게 된다.


'글'은 모든 인류 역사의 모든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기록 체계이다. 그리고 그 정보를 후세에 전하고 다수의 개체에게 한 존재의 정보를 보존적(누군가 그 글을 본다고 그 글이 사라지지 않음)으로 전할 수 있는 완벽한 도구이다. '글'을 잘 읽지 못하면 그 안에 담긴 정보를 해석할 수 없고 그래서 '공부'를 잘할 수 없다. '글'이라고 하면 과목으로 따졌을 때 언어(국어) 과목과 관련이 있나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글은 공부와 관련된 모든 것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거의 모든 시험이 '글'의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 한정된 '시간' 안에 '문제'라는 '글'을 읽고 이해하여 그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아서 내가 아는 지식을 동원해 작성(주관식, 단답형)하거나 보기(객관식, 선택형)를 선택하는 것이다. 인생의 가장 큰 갈림목 중 하나인 수능시험을 예로 한번 살펴보자.


언어영역한글의 구성을 이루는 문법한민족의 정서가 담긴 인문학'한글'이라는 언어로 표현한 '글'에 대한 이해를 물어보는 과목이다.



실제 수능에 출제된 문제인데, 한 문제의 길이가 상당하다. 이 문제를 대략 1분 15초가 안 걸리는 시간 안에 풀어내야 한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메커니즘에 대하여 정리해보겠다. 우선 보기를 해석해야 한다. '비유'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비유에는 직유와 은유가 있는데 단순히 비유라고 했기 때문에 이중 어느 것이나 있기만 하면 될 것이다. 실제 '역사'적 사건이 포함되어야 한다. 방문을 '완곡'하게 권유해야 한다. 방문을 권하는 내용이 있긴 있어야 하는데 대놓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비유, 역사, 완곡 이 세 가지를 머릿속에 넣고 보기를 '읽기' 시작한다. 1번은 비유가 없다. 2번은 의인화는 있지만 비유가 없다. '전설처럼'이라는 표현은 전설에서 내려오듯을 말하지 직유에서 말하는 ~처럼은 아니다. 역사적 사건도 없다. 방문을 권하는 표현은 완곡하게 잘 표현하였다. 3번은 ~정이 망부석처럼 서 있다는 비유적 표현이 있다. 500년 전의 일을 언급한 역사적 사건도 있지만 '꼭 오십시오'라고 완곡하게 권하지 않았다. 4번은 ~산을 고장의 수호신으로 비유하였다. 의병들의 역사적 사건도 기록하였고 직접 오라고 한 것이 아니라 (이곳을 방문하여) 자녀에게 일러 주라는 식으로 완곡하게 잘 표현하였다. 조건에 맞는 보기이다. 5번은 비유보다는 의인화에 가까운 표현을 쓰고 있고 역사적 사건이 없지만 방문을 권유하는 표현은 완곡하게 잘 기록되어 있다. 1분 15초 안에 이런 작업을 해내야 하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시간이 제한적이지 않다면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적어지겠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 지치지 않고 빠르게 이 작업을 해내려면 '글'을 읽고 이해하기는 것에 익숙해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며칠 족집게 과외로 쉽게 수능시험 성적을 올리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리영역을 한 번 살펴보자.



수리영역도 길이가 상당히 긴 문제가 있다. 수리영역도 마찬가지로 1차적으로는 '글'을 읽어내야 한다. 수리 영역은 엄청나게 많은 암호화된 정보로 압축된 '글'에 담아 놓았기 때문에 문제를 읽었을 때 그 문제가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차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마치 양자역학에 대한 글을 읽는다거나 처음 접하는 한글로 된 학문의 책을 읽을 때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수리영역 문제를 풀려면 1차적으로 암호를 알아야 하고, 2차적으로는 압축을 풀 줄 알아야 한다.



위의 문제는 '무한등비급수'의 아주 대표적인 문제인데 기하적 표현이고 어떤 공식을 써서 어떻게 풀지는 알 것 같을지라도 아래 문제 암호를 알지 못하면 도대체 뭘 하라는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 일단, 각 교육과정에서 달성해야 하는 목표들은, 좌표평면에서 x좌표(가로축)와 y좌표(세로축)의 의미를 알아야 하고 '교점'이라는 단어의 뜻(두 선이 만나는 점에서 좌표가 같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f(x)=(x를 변수로 두는 식)에서 x의 역할을 알아야 하고, 역함수가 x와 y를 바꿔서 정리(정리를 할 줄 알아야 하고)한 식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고, 지수함수의 역함수가 로그함수라는 것을 알아야 하고, 루트 기호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이 문제는 중간 난이도의 문제지만 이만큼 많은 수학적 개념(열쇠)을 당연하게 쓸 수 있도록 각 개념이 체득화되어 있어야 하고 양파껍질을 벗겨가듯 순서대로 그 개념들을 적용해 바깥 상자부터 하나하나 개념(열쇠)으로 열어갈 추진력과 자신감, 연산력이 있어야 한다. 연속성이 끊어져 이중 한 개념이라도 '체화'되지 않았다면 문제를 어렵게 풀거나 아예 문제를 풀 수 없다. 흐르는 물이 가로막혀 더 이상 흐르지 못하는 답답함에 사로잡히게 된다. 결국에는 수학적 기호라는 암호로 쓰인 '글'을 정확하게 해석하고 정확한 개념이라는 열쇠로 절차에 맞게 그 상자(문제)를 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수학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것은 영어단어의 의미를 알지 못해서 영어로 쓰인 글을 해석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외국어 영역여러 가지 '글'을 '영어'로 표현한 것 일차적으로 '해석'하여 영어로 쓰인 그 글을 '읽어야' 하고 그 글의 내용을 알고 이해해야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



이 글은 영어권 사람들이 보기에는 모국어로 쓰인 글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에게 풀어보라고 했을 때, 모두가 다 맞춘다고 할 수 있을까? 틀림없이 자신의 모국어로 쓰인 글이지만 틀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외국어 영역을 영어문제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정확한 영어의 해석(독해)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무엇을 묻고 있는지 질문에 대한 이해와 '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위의 문제는 글의 흐름(전개 방식)에 관한 문제이다. 주장하는 글, 정보를 전달하는 글(설명하는 글)을 쓰는 사람은 타인을 설득하기 위해서나 특정 개념을 타인에게 알려주기 위해 글의 다양한 전개 방식을 취하게 되는데 그 전개 방식에서 벗어나는 문장을 쓰게 되면 글을 흐름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글의 흐름과 관계없는 문장(뜬금포)이 된다.


좋은 글(긴 글)을 많이 읽었을 때 문장단위로 내 머릿속에 글을 기억하는 수용력이 커지게 되고, 글을 이해하기 위해 반복해서 글을 읽는 상황이 줄어들고 주어진 시간 안에 더 높은 정확도와 이해도를 가지고 문제를 풀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과목에 상관없이 '글을 읽는 능력'은 공부를 할 때 동일한 시간에 많은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습득하기 위해서도, 실질적으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이용(시험 등) 하기 위해서도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능력이고 잘만 활용하면 정말 고급 정보를 헐값에도 알 수 있는 삶에서 정말 정말 유용한 능력이다.


글을 읽는 능력을 포함한 학습능력은 절대로 1차 함수 형태(45도 우상향 직선)로 자라지 않는다.

필자를 포함하여, 성장해온 여러 학생들을 지켜본 결과 합습능력의 성장(성적을 말하는 것이 아님.)은 위의 그래프와 같이 이뤄지는 것 같다. 처음에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도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을 때 아주 조그만 변화가 생긴다. 시를 읽는 게 재밌어진다거나 내가 아는 시가 시험에 나온다거나 못 풀던 함수 문제를 얼떨결에 풀게 되었다거나 영어 교과서를 모르는 단어 없이 해석했다거나 사소하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생긴다. 그리고 1달 동안 해야 했던 공부량이 1주일로 줄어들고 같은 시간 안에 점점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공부'를 하지 않던 사람이 '공부'를 시작할 때 또는 내가 하지 않던 영역의 '공부를 시작할 때 저 처음 마의 구간을 잘 넘겨야 한다. 저 구간을 넘겨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하는 자신감을 가지고 꾸준히 공부에 임할 수 있다. 하지만 저 구간을 넘겨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역시 나는 안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글을 읽는 것을 포함한 학습의 기본이 되는 능력들은 절대로 짧은 시간에 습득되지 않는다. 기술을 습득한 후 그 기술이 숙련되어 장인이 되기까지는 또 다른 차원의 시간과 노력이 걸리는 것과 같다. 다음 글들에서는 저 구간을 효과적으로 넘기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실제로 적용해 보았던 방법들을 함께 나눌까 한다. (위의 그래프는 지수함수 형태지만, 학습시간(노력)과 성적의 그래프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하는 폭이 감소하는 형태의 로그함수와 닮은 그래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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