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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은주 Dec 21. 2021

귀여움 뒤에 기다리고 있는 것

정말 널 인정해야 하는 거니?

나는 스스로를 못났다고 여겼다. 그 시간이 꽤 길어지니 진짜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렇게 살다 간 남는 것이 없겠구나 싶을 때, 귀여움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그냥 날 받아들여!


찾아온 귀여움이 귀여우니까 내 안에 품었다. 그랬을 뿐인데, 인생이 달라졌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내 귀여움은 말이 많다.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다. 처음 보는 사람이더라도 남녀노소 구분 없이 나와 대화가 통할 것 같으면 말을 건다. 그래서 이사 온 동네에서 인싸가 되었다.


내 귀여움은 오지랖이 넓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좀 더 오지랖을 부린다. 위험한 행동을 제지하는 건 기본이고 궁금한 것 있으면 당차게 물어본다. 


그리고 학습효과로 인해 오지랖 수위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괄목할 만한 오지랖의 성장으로 남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넓게 펼친다. 너무 좋다.


듣는 일은 또 얼마나 잘하는지!!! 나와 대화를 하는 사람들은 내 화려한 리액션에 감탄을 한다. 


당연하지! 어린아이들의 말도 안 되는 언어에 리액션을 하다 보니 다양해질 수밖에 없었다. 마무리 인사까지 확실하게 하면 그 사람은 나에게 반할 수밖에 없다. 후후훗!


이 귀여움 덕분에 오픈톡방과 카페, 오프라인 모임에서 소통을 활발하게 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날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기회를 가져다주고 해 볼 것을 권유했다.


Why Not?!!?


귀여움 이전에는 '나는 못해'라고 말하며 거절했다. 하지만 이제 그렇지 않다. 물질적 불이익만 없다면 그게 무엇이든 시도하면 될 일이다. 이런 변화를 받아들인 나 자신이 대견했다. 정말, 정말, 정말로!


이제 내 귀여움은 온전히 내 것이 되고 익숙해졌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운 얼굴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이제 자신이 들어가야 할 때가 왔다며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 얼굴은 바로


똘끼


그렇다. 나는 똘끼를 갖고 있다. 똘끼는 누구나 갖고 있지만 나는 드러내는 똘끼를 갖고 있다. 이 똘끼만은 외면하고 싶은데 이제는 자신을 바라보라며 나를 돌려 앉혀놓는다.


' 내가 왜 널 받아들여야 하지? '


지인은 나에게 이제는 컴포트 존에서 벗어나 러닝 존에 가야 한다고 했다. 컴포트 존에서 편안히 있으면 더 이상 이룰 수 있는 성과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나는 이때까지 주어지는 기회를 받아들인 후 내 능력을 발휘했다. 기회를 스스로 찾거나 만들려고 노력한 적이 없다. 가만히 있어도 기회가 오는데 굳이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컴포트 존에서 받기만 하는 편안한 상태가 좋았다. 굳이 러닝 존으로 나가서 두려움, 불안함, 힘듦을 겪을 이유가 없었다.


컴포트 존에 딱 붙어 있고 싶지만 더 나은 성장을 원한다면 선을 넘어 러닝 존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보고 문제에 넘어지고 부딪히면서 일어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선을 넘기 위해 나의 똘끼를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똘끼를 받아들이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싫었다. 그런데 러닝 존에 가기 위해서는 내 귀여움으로 부족하다. 결국 답은 똘끼다.


나는 똘끼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한 일은 마미꿈 단톡방에서 내가 운영할 '생각의 쉼을 주는 SNS 글쓰기'의 멤버를 모으는 것이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고 실행한 일은 1:1 톡이 아닌 단톡방에서 쌤들을 소환하여 왜 글을 써야 하는지 그 이유를 말하는 것이었다.


하면서도 쌤들이 불편해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했다. 나라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을 내가 하고 있으니 환장할 것 같았다.


그런데 쌤 중 한 분이 재밌다고 해주셨다. 네? 이게 웃기다고요?


다행이다. 웃기다고 해주시다니!! 그래서 시작한 김에 생각해 놓은 말들을 모두 뱉어냈다. 그리고 몇 분 더 참여해주셨다. 감사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주부터 '생각의 쉼을 주는 SNS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게 되었다. 2주간 네 편의 글을 인증하며 글쓰기의 재미를 알아가는 모임이다.


첫 모임 운영이라 떨리기만 한다. 그런데 내 귀여움은 말이 많고 오지랖이 넓고 잘 듣는다. 내 똘끼는 나를 뻔뻔하게 해 준다. 못 할 것이 없네?


이제 나는 스스로를 믿기로 했다. 다치고 깨진다 한들, 그것도 다 필요한 과정인 것을. 지나가면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거나 내가 만들 수 있음을 알기에 적극적으로 러닝존으로 나가보려고 한다.


후하!!! 심장이 너무 떨린다. 쿵쾅거리고 머릿속은 하얗다. 어? 내 똘끼가 벌써 나갔네.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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