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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은주 Dec 29. 2021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어렵다.

결혼할 때 무엇이 중요한 걸까?

결혼 전, 종교가 다른 내 신랑을 우리 엄마는 탐탁지 않아하셨다. 엄마는 할아버지가 허락하셔야 결혼을 할 수 있다며 할아버지에게 자식의 결혼을 넘기셨다. 


할아버지는
한 뿌리에서 나온 종교이니까
서로 다른 건 상관없으니
결혼해서 잘 살라고 하셨다.


엄마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흘러간 덕분에 나는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했다. 하지만 결혼식을 하기까지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내가 결혼하는데 왜 우리 엄마가 더 스트레스를 받고 나한테 그 풀이를 한 건지... 결혼식 때 엄마와 떨어져서 슬프기보다 정신적인 고통에서 해방되어서 후련했다. 엄마에게 미안하지만 진심이다. 


이후 여동생도 엄마가 믿는 종교와 다른 종교를 가진 남자를 데려와서 결혼한다고 했다. 여동생의 결혼 과정은 나 보다 수월했지만 엄마는 내심 섭섭해하셨다. 


그래도 먼저 맞은 매 덕분에 스트레스를 덜 받으셨다. 정말 다행이다.


이제 우리 엄마에게 남은 자식은 늦둥이 아들뿐이다. 이 아들은 어떤 여자와 결혼을 할까?  사실 궁금하지도 않다. 먼 이야기 같고 그날이 온다 하여도 나는 관여하고 싶지 않다. 


동갑을 만나도 최소 11살이나 많은 올케를 누가 좋아할까. 여자로서 어떤 마음인지 알기에 내 가족과 내 인생만 조용히 챙기고 싶은 것이 내 마음이다.


이번 성탄절 때 가족모임을 했다. 남동생에게 매형인 두 남자들은 소주를 들이켠 후 처남의 연애사에 조언을 했다.


너는 종교 신경 쓰지 말고
우선 만나서 연애를 해!


우리 엄마는 이 말을 듣고 종교는 같아야 한다고 발끈하셨다. 그 이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몇 마디 더 주고받으시더니 자리를 정리하고 아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셨다.


왜 종교가 같아야 하는 걸까? 이 질문을 시작으로 생각의 꼬리를 물어 들어갔다. 그리고 종교에서 말하는 진실된 사랑을 실천하는 일은 일반 신도에게 매우 어려운 일임을 깨달았다.


종교에서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사랑을 어떻게 실천하는지 성경을 통해 알려준다. 


사랑을 실천하는 마지막 주인공은 신약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이다. 인간의 모든 죄를 씻기기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것으로 아가페적인 사랑을 실천하셨다.


천주교에서는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사랑을 실천하고 많은 이들이 인정하면 성인으로 추대된다. 마더 테레사처럼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을 편견 없는 사랑으로 무조건적인 돌봄을 해야 한다.


몇십 년 동안 엄마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라고 배웠지만 그건 성경의 말씀일 뿐이다. 내 자식의 일은 다른 것이다. 다른 종교에게 사랑을 실천할 만큼 엄마의 마음은 여유롭지 않다.


우리 엄마도 평범한 한 인간일 뿐이다. 종교가 다르다고 해도 사랑을 실천하시겠지만 이왕이면 같은 종교를 가지고 공감과 공유를 할 수 있는 며느리면 더 좋은 마음이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 엄마가 배우자의 조건 중 같은 종교를 말할 때 마음이 썩 좋지 않다. 본인 자식과 함께 살 사람인데 누구나 알 수 있는 조건만 알아보고 마지막 종교에서 판가름을 낸다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과 가치관을 존중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종교만은 포기하기 어려워서 자리를 떠난 우리 엄마, 엄마의 섭섭한 마음을 굳이 끄집어낸 두 사위들, 이 상황을 지켜봐야만 했던 딸들, 자신의 미래 연애를 설계당한 남동생까지.. 그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은 대화에서 나는 진정한 사랑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한 건의 생각 줄기를 잡았다.


결혼할 때 무엇이 중요할까? 나는 이미 결혼을 했으니 후에 우리 아이들에게 말해줄 수 있는 결혼의 조건에 어떤 것이 있는지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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