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이야기.
작년 미쟝센 영화제에서 보고 첫눈에 반했던 단편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브런치에 글을 써봐야겠다고 문득 결심하고, 결심한 뒤에 역으로 이유를 찾게 되었다. 물론 이유 없이 그냥 하는 게 더 쿨 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당당하게 이유 정도는 하나 만들어놓고 시작해야 꾸준히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그럴듯한 이유를 찾다 보니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매년 각자의 한 해를 마무리하며 뒤를 돌아보면 크고 작은 사건들이 떠오른다. 아직 두 달이나 남은 올해를 벌써 돌이켜보는게 미안하긴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지나온 10개월을 돌아보면 내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스물아홉 살, 서른을 앞에 두고, 4년간 일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꿈에 그리던 방랑길에 올랐다. 번 돈을 탈탈 털어서 거지 같은 모습으로 6개월 넘는 시간 동안 세상을 떠돌았다. 여행이 끝나고 다시 한국에 돌아왔고, 대단한 무언가는 아니더라도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는 핑계로 노는 중이다. 놀다 보면 이렇게 올해가 끝날 것 같은데, 올해가 가기 전에 나에게는 진하고 뜻깊었던 시간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 기록을 남기고 싶다.
그 기록이 대단한 기록은 절대 아니다. 여행 중 공책에 기록했던 순간들을 뒤져보면 인도 바라나시에서 먹었던 망고 하드가 맛있었고, 이 도시를 떠나기 전까지 할 일을 10가지나 적어놓았는데 떠나면서는 9가지를 할 수 없었던 변명의 이유를 적게 되었다는 뭐 그런 매우 소소한 기록들. 그런데 그런 기억들이 가장 머릿속에 잘 떠오르고, 추억이 된다. 술자리에서 수다를 떨 때도 '아니 근데....'로 시작해서 듣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은 그런 시간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런 시간들이 모인 삶이 좋다. 남들에겐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에게는 뜻밖의 일로 느껴졌던 모든 시시콜콜하고, 사사롭고, 쓸데없는 이야기들. 누군가는 그런 이야기에 위로받는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보려고 한다.
아니 근데.... 이렇게 쓰는 거 맞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