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초콜릿 케이크

어울리지 않지만, 어울리게 되어버린 두 단어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by 이주현

리시케시에서 몇 번의 명상 drop-in class를 들었지만, 오르차에서 만났던 스위스인에게 처음으로 위빠사나 명상에 대해 듣게 된 이후로 나는 위빠사나 명상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위빠사나 명상에서 굉장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한 스위스인은 실제로 무언가에 통달한 도인처럼 보였고, 나는 그에게 지금까지 해온 일이 재미있긴 했지만,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나는 앞으로는 어떤 일들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고민상담을 했다. 그는 내게 ‘무언가를 억지로 찾아 나설 때는 잘 안되기 마련이라며, 그것이 내게 올 때를 기다려야 한다.’라고 조언해줬다. 나는 그 조언이 왠지 모르게 너무나 와 닿았고, 그가 추천했던 위빠사나 명상을 통해서 그 방법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입버릇처럼 ‘위빠사나 명상은 꼭 한번 해볼 거야’를 외고 있는데, 사실은 아직도 도전하지 못한 상태다. 10일간 묵언수행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읽고 쓰는 행위도 허용되지 않는 굉장히 엄격한 형태의 위빠사나 명상은 나처럼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한 달 전부터 미리 예약을 해야 참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선 위빠사나 명상 대신 맥그로드 간즈 산속에 위치한 명상센터에서 진행하는 2 day 명상 코스를 먼저 들어보기로 했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명상수업에는 서양인들이 가득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명상 수업이라기보다는 ‘명상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쉽게 일상에서 연습해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이론 수업에 가까웠다.


나는 열심히 공책에 메모를 하며 수업을 들었는데, 이런 수업을 오랜만에 들어서인지, 공책에는 나도 알아보기 힘든 글씨로 명상에 관한 메모 한 줄, ‘졸리다’, 다시 메모 한 줄, ‘졸려 미치겠다’ 식의 메모만 가득하다.


기억에 남는 내용은 명상을 할 때, 정신을 집중할 대상으로 여러 가지를 선택할 수 있지만 가장 좋은 것은 ‘호흡’이라는 것. 호흡은 자동으로 몸에서 매 순간 이루어지면서도,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현상이다. 우리는 항상 과거 혹은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 마련인데 지금 내 속에서 일어나는 호흡에 집중한다는 것은 온전히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


또, 하루에 10분이라도 온전히 집중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명상이 잘되는 날이라고 해서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더 무리해서 페이스를 잃어선 안되며, 매일매일 명상이 잘되고,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그저 꾸준히 매일매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 알고 있던 사실인데도, 뭔가 조금 잘 되면 그날 몰아서 하고, 그다음 날은 어제 좀 더 열심히 했기 때문에 쉬어도 된다며 게으름을 피우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점심을 먹고 벤치에 누워서 그렇게 소원하던 낮잠을 자고 나니, 오후 수업에는 좀 더 집중하는 것이 수월했다. 하지만 명상 선생님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일시적인 자극, 행복을 주는 것들의 예시로 ‘초콜릿 케이크’를 선택했고, 나는 그 선택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정말이지 10번이고 반복되던 ‘초콜릿 케이크’ 단어가 온통 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찰진 원어민의 발음의 ‘춰컬릿 케이크’ 단어에 집중했고, 그다음엔 꾸덕꾸덕한 초콜릿 케이크를 상상하게 되었고, 그래서 평소에는 잘 먹지도 않는 초콜릿 케이크가 당장 너무너무 먹고 싶게 되었고, 공책에 초콜릿 케이크를 그리면서 어서 수업이 끝나서 빨리 초콜릿 케이크를 먹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건 잘못된 예시를 선택한 명상 선생님의 잘못으로 발생한 필연적 현상이다.


결국 나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즐겨가던 닉스네 키친에 가서 설산을 바라보며 초콜릿 케이크를 흡입했고, 내일 있을 명상 수업에도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갑작스럽고 충동적이라고 생각할 법한 결정이지만 졸면서 명상수업을 듣는 것보다는 푹 자고 일어나서 엽서도 부치고, 카페에 가서 책 읽으며 초콜릿 케이크를 먹는 게 훨씬 행복할 것이라고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명상수업에 가서 뭘 배웠냐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그저, 초콜릿 케이크 만세.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시콜콜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