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한 봄과 여름을 지나 한국에서 맞이한 가을은 시애-를의 날씨같은 시간이었다. 여백이 많고 그 여백을 짙은 안개가 채우는 날들. (아 참고로 시애틀은 가본 적이 없다. 영화 [만추]에서 보았던 풍경이 생각났을뿐)
누군가에게 툭 터놓고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의지하고 싶었는데 돌아오는 위로가 정작 내 마음을 풀어주지 못할때 느껴지는 공허함. 동시에 위로에 고마워하진 못할 망정 이런 배은망덕한 감정을 느끼는 내 자신이 싫어서, 어차피 인생 혼자인데 올 가을은 '만추' 속 탕웨이처럼 혼자 쓸쓸이 걸으리. 생각했다.
샤워하다가 뜬금없이 터져나오는 눈물은 꿀떡꿀떡 삼키고, 대화의 빈자리는 책으로 채우고, 마음의 빈자리는 잠으로 채우고, 이래도 되나- 싶을 때는 글을 썼다. 분명 필요한 혼자만의 시간이었는데 나는 한번도 혼자 시간을 보내본 적 없는 사람처럼 내내 센티멘탈하고 공허했다. 생각해보면 내내 그랬던 건 아니고 감정이 천장에 붕 떴다가 낮게 내려앉았다가를 반복했다. 물론 주로 바닥을 기었다. 사실 나는 항상 방방 떴던 캐릭터라서 나 스스로도 내가 왜 이럴까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이럴때가 있으면 저럴때도 있는거지 뭐- 이건 다 사람 센치하게 만드는 가을때문일거야 라고 계절을 탓해본다. 탓할건 계절뿐이다.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온다. 이 단순한 진리처럼 겨울엔 좀 더 포근한 마음으로 단순해졌으면 좋겠다. 드라마 '뷰티인사이드'에서 본 대사로 나 스스로를 위로하며 생각을 마무리해본다. 아, 물론 이 대사는 서도재가 한세계에게 읊어주던 대사다 끅끅.
이상한 당신
이상하게 쭉 이상하게
행복만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