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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원 Jul 11. 2021

향이란 마법 같은 것

나의 투잡 이야기


공방을 위해 처음 배운 것은 캔들이었지만 나만의 향을 갖고 싶은 욕심에 아로마테라피, 조향도 이어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그 욕망은 조향 수업을 통해 많은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급수가 올라가며 더욱 많은 향료를 접할 수 있었고 그 향료들이 어떤 느낌으로 어떻게 발산되는지 알기 위해 끊임없이 향을 섞고 맡아보았다.


수업을 들으며 가장 좋았던 부분은 바로 내가 기억하는 추억의 향을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거였다. 첫사랑에게서 풍겼던 향수, 말레이시아 어느 호텔에서의 이국적인 꽃향, 힘들 때마다 뛰었던 공원에서의 습한 듯 푸릇한 풀향 등 내가 기억하고 있는, 떠올리면 행복한 향을 재현해 볼 수 있었다.


물론 완벽히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기억의 왜곡이 있기도 했고 생각대로 조합이 이뤄지지 않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걸 찾아가는 과정에서 옛 기억이 떠올랐고 그때의 감정도 함께 느껴졌다. 그래서 그때만큼은 그 시절로 돌아간 듯 행복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수업을 한다면 이런 기분을 학생들에게도 느끼게 해 줘야지'       


기회는 곧 찾아왔다.


한 센터에서 아로마테라피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게 된 것이다. 아로마테라피를 어떻게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겠지만 키트를 활용해 생각보다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중요한 점은 향을 맡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그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아로마테라피 수업에서는 보통 고가의 에센셜 오일을 사용하기에 다양한 향을 준비할 수 없다. 그렇기에 오히려 한정된 향료를 가지고 오직 비율만으로 모두 다 다른 향을 내는 것이 관건이다.


수업 초반에는 각각의 향을 맡고 느낌에 대해 이야기하고 차수가 늘어날수록 다양하게 블렌딩 하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 드디어 추억이 담긴 나만의 향기를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6~7시간만 듣고 향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마지막에 이런 시간을 가진 이유는 향을 하나하나 맡아가며 나의 소중했던 시절을 떠올리고 찾아가는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향을 완벽히 재현할 수는 없어도 어떤 향이었는지 다시 생각하고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다행히 학생들은 기대 이상으로 잘 따라와 주었다. 라벤더와 티트리, 로즈마리를 적절히 섞어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았던 때의 향을 만들기도 했고 라벤더와 스위트오렌지를 블렌딩 하여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디퓨저 향을 만들기도 했다.


사실 그 향의 조화로움과 완성도가 얼마나 높은 지는 더 이상 중요치 않았다. 향료를 한 방울씩 진지하게 넣거나 중간중간 맡아가며 갸우뚱하기도, 만족하기도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바로 그 수업의 목표이자 결과였기 때문이다.   


학생들 또한 자신이 생각하는 향과 똑같진 않았어도 더 좋은 향이 되었다거나 그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고 말해주었다. 그 순간만큼은 우리 모두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 것 같았다. 서로 다른 공간에 있지만, 같은 향을 통해 같은 기분을 느끼고 함께 타임머신을 탈 수 있다는 것.


향이란 그렇게 마법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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