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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원 Jul 11. 2021

비 올까 봐 걱정이에요.

나의 투잡 이야기

한국어를 가르치다 보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을 만나게 된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와 같은 영미권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덴마크, 이탈리아와 같은 유럽권 학생들까지 다양하다.


이렇게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신기하게도 나라별 성향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직접 겪고 느낀 부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지금까지 내가 수업한 학생들 국적을 통계로 내어보면 미국이 1위였고 다음으로는 이탈리아였다. 그래서 지금부터 이 둘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저 세상 친화력 미국인   


한국어 과외를 시작했을 무렵, 미국 국적의 원어민 강사 학생들이 유난히 많았다. 그 학생들은 대체로 밝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술 마시는 걸 좋아했다.  아마 내가 그런 성향이라 유독 그런 학생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 학생들과의 수업이 끝난 후엔 언제나 그들이 인정하는 미국 본토 스타일의 맛집으로 향했다. 국내 정보도 빨라서  한국인인 나도 모르는 각종 행사나 활동을 주말마다 찾아다니며 나를 초대하곤 했다.


그러다 미국인 학생들의 비중이 가장  많았을 때, 이 친구들의 친화력을 등에 업고 'Students' Night'을 기획했다.  샐러드바의 한 홀을 빌려서 외국인 학생 10명과 나의 한국 친구 10명을 모아 서로 소개해주고 퀴즈도 풀고 게임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날 이후 서로 친구가 된 학생들도 있었고 따로 만나 언어 교환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아마 나의 과외 경력에서 다신 없을, 가장 재미있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이벤트일 것이다. 이런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게 나를 믿고 따라와 주고, 소중한 추억을 준 그 미국인 학생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지금이 소중한 정열적인 이탈리아인   


처음 이탈리아 학생의 과외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탈리아 국적의 학생들이 6명으로 늘었다. 첫 학생이 주위 친구들을 소개해준 덕분이었다. 이탈리아엔 가본 적도 없고 그 나라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었지만 수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


이 학생들도 미국 학생들 못지않게 밝고, 적극적이고, 파티나 모임을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탈리아 학생의 특성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수업이 있었는데  바로 '-(으)ㄹ까 봐 걱정이에요.'라는 표현을 가르치는 날이었다. 학생에게 뜻과 쓰임에 대해 설명하고 예문을 만들어줬다.


"내일 비 올까 봐 걱정이에요."

"음.. 왜 걱정해요?"

"네?"

"아직 비 안 오잖아요. 내일 안 올 수도 있는데 왜 벌써 걱정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한대 탁 맞는 느낌이었다.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에 미리 걱정하고 대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학생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러게, 왜 걱정하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이탈리아 학생들도 한결같은 반응을 보였다. 물론 이는 개인 성향일 수 있고 몇몇 학생들만으로 그 나라 사람들의 성향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한국과 분명 달랐다. 그리고 그 다름을 이런 문법이나 표현방법에서 알 수 있게 되는 것이 재미있었다.


나는 이렇게 파악한 학생들의 성향을 되도록 수업에 활용하는 편이다. 미국인 학생을 새로 맡아 수업을 한다면 다양한 외부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많이 사용하고 이탈리아 학생의 경우 현재 상황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한다.


이처럼 나는 매일,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지만 나 또한 많은 것을 배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이 일이 너무 재미있고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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