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지않고 탈 수 있는 나만의 그네
그러자 언제 눈치를 봤냐는 듯 눈앞에 펼쳐진 모습에만 집중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앞에 펼쳐진 푸릇푸릇한 나무들, 점점 넓게 보이는 하늘, 귀를 스치는 바람소리..
각도가 커질수록, 높이 올라갈수록 내 입꼬리도 점점 올라갔다. 그네의 움직임에 따라 바람도 두 뺨을 스치며 앞뒤로 살랑거렸다. 지금도 잊을 수 없을 만큼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네가 올라갈 때마다 심장은 쿵쾅댔고 마치 한 마리의 새가 되어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들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자유로움인가.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그 여자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도 나와 같은 기분이었겠구나! 그렇게 한 5분쯤 지나 전과 다르게 상쾌해진 기분으로 그네에서 내렸다.
그 후로 가끔, 아무도 없을 때 그 그네를 한 번씩 타곤 했다. 역시나 탈 때마다 새처럼 자유로운 기분을 느끼며 그녀처럼 소리 내어 웃었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은 또다시 그네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밤이 되어 아무도 없는 곳일지라도 호주에서처럼 자유로이 그네를 탈 수 없었다. 아이들과 시설의 안전이 가장 큰 이유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끔 밤에 산책하는 공원에서 텅 빈 그네를 볼 때면 또다시 '그네병'이 돋는다.
답답한 일이 있었던 하루
그 어떤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날
속상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날
내겐 나만의 그네가 필요했다.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나만의 그네.
다행히 지금은 밤 산책과 아침 글쓰기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때론 어른들도, 눈치 보지 않고 한바탕 웃음을 쏟아낼 수 있는, 그런 그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