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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원 Jul 07. 2021

한국어와 영어 사이

나의 투잡 이야기

외국인에게 영어로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하면 항상 이런 말을 듣는다.


"우와, 영어 잘 하시나 봐요!"


영어로 말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 어려운 한국 문법까지 설명한다는 말을 들으면 나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나의 대답은 늘 이렇다.


"아니에요. 그렇게 잘 하진 못해요."


한때 영어 학원에서 초등 영어와 중등 문법을 가르친 적은 있었지만 회화를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어렸을 때는 유창했던 것 같은데 언어도 안 하면 녹이 스는지 지금은 쉬운 표현도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런 내가 어떻게 영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냐고?




처음엔 나도 막막했다. 어떤 것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어 과외를 하는 사람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시작하기란 쉽진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땐 어려서였는지 맨땅에 헤딩할 용기가 있었고, 시간도 있었다. 그래서 한번 부딪혀봤다.


맨땅에 헤딩이라고 해도 롤모델은 필요했다. 그래서 영어, 일본어 등 어학원을 많이 다녀봤던 경험을 살려 한국어 과외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고 어학원의 시스템을 정리해 보았다.


영어 회화 학원에 가면 제일 먼저 레벨테스트를 받고 수준에 맞는 반에 배정되어 한 달 수강료를 선결제한다.

보통 교재로 수업을 하며 수업 전에서는 일상에 대해 간단히 대화를 나눈 다음 지난 시간에 배운 것을 복습한다.

그리고 끝나기 전에는 주말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서 나도 이런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학생을 모집하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먼저 레벨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 학생의 수준에 맞춰 교재를 정했고 그것으로 수업을 했다. 수업 시간 전후로 주말에 한 일과 할 일에 대해 간단히 대화하는 시간도 잊지 않았다. 여기서 가장 힘든 부분은 수준을 파악하는 일이었는데, 그 이유는 한국어 교육에서 수준이 어떻게 나뉘어 있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한국어 교재를 비교 분석해야 했고 서점에 있는 대부분의 교재를 봤을 때쯤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렇게 시스템을 갖추었다면 영어로 설명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수준별로 가르쳐야 하는 문법이 정해져 있어 그 문법만 먼저 영어로 숙지해 두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영어와 한국어의 표현과 문화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은 존재한다. 차이를 잘 알고 있어야지만 '오해' 없이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표현과 한국에서는 쓰지만 외국에서는 쓰지 않는 표현을 알고 있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문법 '-고 싶다'는 'want to'를 나타내지만 보고 싶다는 표현은 'I want to see you.'가 아닌 'I miss you.'로 설명해줘야 한다. 후자가 실제로 쓰는 표현이자 한국어의 '보고 싶다'와 같은 뜻의 문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이 영미권에서는 실례가 되는 경우도 가끔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실제로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한국인 친구가 저한테 'You look tired.'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말 하면 실례거든요. 한국에서는 괜찮아요?"


나도 친구에게 자주 쓰는 말이라 잠시 멍해졌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음.. 한국에서도 실례로 느껴질 수 있지만 보통 친구 사이나 가까운 사이에서는 걱정이 돼서 그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피곤해 보이는데) 무슨 일 있었는지, 어디가 아픈 건지 계속 물어보는 거죠."


이런 대답을 하며 나도 그동안 누군가에게 무례하게 이야기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어떤 표현을 쓸 때,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처럼 한국어를 가르치다 보면 가르침과 동시에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학생들의 질문을 통해 내가 몰랐던 표현과 쓰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어 강사인 나는, 마치 무성한 수풀 속에서 한국어와 영어가 통하는 길을 다듬어 가는 느낌이다. 몰랐던 부분을 새로 깨달을 때마다 길이 다듬어지는 것이다.


가끔 다른 길로 빠질 때면 지금까지 다듬어 놓은 곳으로 되돌아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조금 돌아간다 해도,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해도 내가 만드는 이 길이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현재 나의 목표이다. 길을 완성할 수 있을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 일을 하는 한 계속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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