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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wovewove Feb 11. 2021

그래도 운이 좋았다고.

2020년 7월 13일 (에세이)

신들이 중요하고 대단하신 분들을 살피시느라 나 같은 걸 아주 오래 잊으신 동안 나는 자주 신들과의 약속을 어겼어. 외로움을 많이 타는 악마들은 나를 환영해줬지. 덕분에 난 살아남았어. 한데 그들이 가르쳐준 너그러움이 널 만나자 전부 송구스러운 죄가 됐어. 내 앞에서 넌 신이었지. 그 조차 내 무모한 과실이었고. 넌 나를 들여다봐준 몇 안 되는 신들 중 하나였어. 너의 시선은 찰나였지만 때마침 나도 당신을 바라봤어. 우리는 눈을 맞췄지. 운이 좋았어. 그치만 나는 이미 죄인이어서 끝없이 너를 섬기면서도 계속 죄송할 수밖에 없었어. 난 어쩌면 너의 뜻을 영원히 헤아리지 못할지 몰라. 나는 아무것도 아닌 인간인지라 네 대답이 고매하고 아름다운 결정이라고 믿는 수밖에 없어. 그래도 역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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