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25일(에세이)
우리가 눈을 맞춘 순간 서로는 서로를 멈추었어. 내 머리칼 줄기는 뱀이 되어 널 쫓아냈지. 숨을 쉬고 움직이는 일은 우리 사이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어. 너는 내 인형 옷이 벗겨지는 걸 못마땅해했고, 나 역시 너라는 정교한 조각상이 호흡한다는 사실이 참기 어려웠지. 수긍할 수 없던 너는 달아나고 말았어.
방패에 비추어 너를 보았다면 어땠을까. 흐르는 냇물에 떠있는 너를 껴안았다면, 거울 속 너를 사랑했다면 견딜 수 있었을까. 서로의 옆면만 흘끔 대며 평생을 함께 하는 일은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