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잖아요.

성탄절 특집 동화 <lazy bird>

by jngho

옛날 옛적에 빙하기 때 말야. 세상에서 가장 느린 날갯짓의 파랑새 하나가 살았어. 걔가 얼마나 늑장꾸러기냐면 있지. 비 맞은 나무 냄새나 해 질 녘의 붉은빛에 넋을 놓고 꾸물거리다, 여름이 다 가도록 남쪽 나라로 떠나지 못했지. 이대로라면 곧 얼어 죽을지 모르는데.


그 해에는 공교롭게도 일찍이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 별일이 생길라면 꼭 그러잖아. 신이 장난치는 것처럼. 얼결에 그 새는 꿈에도 본 일 없는 눈까지 만났지. 구름도 아닌 것이 비도 아닌 것이, 고요히 땅을 하얗게 지워버리는 눈 말이야. 파랑새는 첫눈에 반해버렸어.


파랑새는 첨으로 꿈을 꾸었어. 이왕 이렇게 된 거 저 눈이 자기 키만큼 높게 쌓여 폭 안겨보고 싶다고. 그렇게 죽는다면 하나도 여한이 없다고. 어리석은 갈망이 하늘에 닿았는지 금세 눈은 무섭게 퍼부었어. 파랑새는 눈밭에 입을 맞추고 얼굴을 파묻고, 그담에는 포근히 안아줬지. 그리고 단숨에 얼어버렸어. 뜨거운 눈물로 깨어나는 동화 속 기적은 없었지만 파랑새는 말 그대로 여한이 없이 기뻤대.


얼음수정에 갇히고 시간이 멈춘 파랑새를 보고 누구는 그 경이로움에 감탄하고 누군가는 바보 같다 수군거렸지. 파랑새는 다 보고 있었어. 구경하는 인간들이 그냥 다 아름답더래. 얼음 사이로 자기를 향한 눈이 꼭 사파이어빛이었대. 어떤 꼬마 하나는 그 얼음조각에서 맑은 새 울음소리도 듣고 있었어. 감각과 생각은 자주 헝클어지기 마련이거든.


그래서 하늘은 결정했지. 모조리 얼려버리기로. 빙하기는 그렇게 시작됐어. 사랑하는 자의 어리석은 환희도 찬란한 기억도 썩지 않게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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