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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지어준 밥이 먹고 싶다

모란(母糷)이라는 노래가 있다. 이 곡의 제목인 모란은 우리가 연상하는 모란꽃이 아닌 밥을 짓는 어머니라는 뜻이다 (母 어미모 糷, 밥 짓다 란). 우연히 가수 오유진이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았는데 호소력 짙은 가창만큼 와닿았던 것은 이 노래의 가사였다. '엄마가 지어준 밥이 먹고 싶다'라는 구절하나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녹아있는데 사실 이 노래에서 가장 절절한 대목은 너무나 단순한 가사였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


노래는 절정에 이르기 전까지 엄마라는 단어를 네 번이나 반복한다. 엄마에 대한 어떠한 수식 없이 그저 엄마를 네 번이나 부르짖는데 그 사이 우리 엄마의 일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그리고 내 앞에서 엄마를 부르짖었던 엄마가 떠올랐다.


아빠가 또 바람을 피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어느 여름날 오후, 술이라곤 평생 입에 대본 적 없던 엄마는 냉장고에 있던 매실주를 식도에 들이붓고 미친 여자처럼 울부짖었다.


"엄마! 엄마!"


불구덩이에서 타고 있는 아이가 엄마를 찾아 통곡하듯, 엄마는 엄마의 엄마를 그렇게 울부짖었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었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었다는 사실도 잊고 살았다. 쉰이 넘은 늙은 딸은 생애 가장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순간에서 그토록 처절하게 엄마를 찾았다.


여든이 넘었던 우리 친할머니도 악몽을 꾸면  '어머니, 어머니!' 하면서 잠에서 깨어나곤 했는데, 삼십 대 후반이 되어가는 나도 힘들 땐 엄마 생각이 난다. 삶이 되면 될수록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란 그런 존재니까. 세상이 나를 속여도 마지막까지 나를 지켜줄 사람. 직접 지어준 밥 한 끼만으로도 살아갈 힘을 주는 유일한 사람. 나를 태어나게 하고 나를 살아가게 하는, 신이 당신을 대신해 보내준 나의 구원자.


오늘따라 엄마가 지어준 밥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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