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자기 정돈

일기

2024년 7월 16일 화요일

by 곽다영


오늘부터 100일 동안, 그러니까 2024년 7월 16일부터 10월 23일까지 매일 일기를 쓰려고 한다. 사실 일기는 계속 써왔으니 일기를 공개한다고 하는 쪽이 더 맞겠다. 일기를 쓸 때만큼은 정말이지 아무 말이나 한다. 어떤 주제나 내용을 써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일단 글자를 쓰기 시작한다. 떠오르는 생각을 검열하지 않고 되도록 의식의 흐름대로 쓴다. 쓰다가 어느 정도 글의 두께가 익숙해지면 글을 마친다. 말을 하다 마는 느낌이어도 그냥 거기서 멈춘다. 이 일에 너무 큰 에너지를 쓰고 싶지는 않아서다. 버거워지면 매일 하기 힘들다. 500자 남짓한 짧은 글에는 쓰는 행위 외에 아무런 목적이 없다. 보통은 첫 문장과 끝 문장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무도 보지 않을 글이라고 믿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공개되지 않는 글은 평가 대상이 아니므로 그 안에서 나는 비교적 자유롭다. ‘매일 쓰자.’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만으로 일기의 소임은 끝난다. ‘매일 쓴다.’는 단순한 행위를 반복하면서 내가 매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제는 어딘가, ‘바깥’이라고 할만한 곳에 이런 글을 내걸 수 있을지 보려고 한다. 너무 좋거나 대단한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아무것도 쓰지 못하기를 그만두고, 너무 많은 것을 신경 쓰거나 쓸데없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다짜고짜 쓰는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아주 쉬운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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