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2일 월요일
지난봄에 4주 동안 연기 수업을 들었다. 연기라니. 지금 생각해도 내가 연기를 했다는 사실이 기이하게 느껴진다. 연기 수업을 듣겠다고 말했을 때 깜짝 놀라던 남편의 표정이 기억난다. 아마 반대로 남편이 연기를 배우겠다고 했어도 나 또한 적지 않게 놀랐을 것이다. 연기라니. 정말 뜬금없지 않은가. 살면서 한 번도 연기라는 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하는 일조차 두려워서 그런 상황을 요리조리 피하며 살았는데 말이다. 재미있게도 살다 보니 그 두려움이 연기를 배우고 싶은 이유가 되었다. 태어나 지금까지 내게 주어진 환경과 조건과 학습의 영향으로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졌을 테니까. 그와 다른 조건이 내게 주어졌더라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문득 그런 게 궁금해진 것이다. 어떤 나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나라면 하지 않을 선택과 말과 행동을 하는 나를, 지금과 다른 나를 한 번 상상해 보고 싶었다. 상상을 넘어 경험해 보고 싶었다. 어떤 경험은 기간과 기간 사이의 구분 선이 되기도 하니까. 지금까지의 나를 바꿀 수는 없지만 앞으로의 나는 어떻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문득 그런 기대를 하는 나 또한 어떤 시절의 나로부터 변해있는 나라는 사실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