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1일 월요일
내가 가장 연민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나이다. 그가 지금껏 어떤 일을 겪어왔는지, 누구와 만났고, 그들과 어떻게 헤어졌는지, 어떤 기분으로 사랑을 잃거나 버렸는지 나는 안다.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었고,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을 견뎠는지. 어떤 계절, 어떤 날씨를 좋아하는지, 그 날씨를 왜 좋아하는지. 어떤 옷을 좋아하고, 왜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상대가 내게 어떤 말을 하고, 나를 어떻게 대할 때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전부 알고 있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 찰나에 느끼는 감정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다. 내가 왜 그랬는지,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나는 이해한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그를 봐 왔다. 늘 그의 안위를 걱정했고, 그의 고민과 선택을 이해하려 애썼다. 그러니 그가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나는 그를 완전하게 미워할 수 없을 것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마저 나는 이미 용서하고 있다.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 또한 나를 더 잘 알고 싶어서이다. 나를 정돈하고 다독이고 힘을 주기 위해서이다. 나는 늘 내가 먼저, 가장 크게 염려되었다. 지극히 이기적인 이 마음이 나의 본성임을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