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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다영 Oct 19. 2024

작은 사람

2024년 10월 19일 토요일


살면서 한 번도 큰 사람이었던 적이 없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로 나의 자리는 줄곧 맨 앞이었다. 체육 시간이나 조회 시간에 운동장에서 모일 때면 늘 맨 앞줄에 서서 ‘기준!’을 외치곤 했다. 보통 한 번씩은 학창 시절에 키가 컸던 시기가 있었다고들 하던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그랬던 적이 없다. 나의 뼈는 한 번도 눈에 띄게 자란 적이 없다. 나는 늘 작은 아이였고 그대로 자라서 작은 사람이 되었다. 나의 몸은 정말이지 아주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자라다가 성급하게 멈춰버렸다. 어렸을 때는 잠자리에 들기 전, 갑자기 키가 훌쩍 커 버린 다음 날 아침의 나를 상상하곤 했었다. 깜짝 놀랄 가족과 친구들, 선생들의 표정. 바꾸거나 새로 사야 할 옷과 물건의 목록에 대해서 생각하면 설레고 재미있었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작은 몸으로 잠에서 깼지만 그렇다고 딱히 실망스럽거나 슬프지는 않았다. 나는 맨 앞자리가 익숙했고 작은 사람으로 사는 일이 불편하거나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종종 뜻하지 않게 배려받았고 쉽게 귀여움을 받으며 살았다. 이제는 딱히 큰 나를 상상하거나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작아질 나를 자주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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