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2023)
실을 돌돌돌 푸니 아빠와 함께 만든 연이 높이 날았다. 하늘은 그리 푸르지 않았다. 파란 하늘에 내가 그린 연이 멀리멀리 날아가는 것을 보고 싶었지만 말이다. 삼촌이 나무를 깎아다가 살을 만들어 줬다. 매번 시중에 파는 키트를 가지고 연을 만들다가 아빠가 어렸을 적엔 말이지, 하며 하나하나 만드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밭의 한가운데를 뜀박질하며 한참 동안 연을 날렸다. 그때는 내 마음이 아직 연을 타지 않았을 때였다.
마음이 자꾸 발을 동동 구르고, 날아가려 해서 나도 덩달아 안달이 났다. 하늘의 연, 그리고 그 연을 날리는 바람을 찾으면서 실을 돌돌 감고, 돌돌 풀던 손짓이 가물가물하다. 기어코 그 연 위로 멋대로 마음이 올라탄 모양이다. 나는 이제 하늘을 볼 새도 없이, 당연하게도 바람은 찾지도 못하고 헛손질을 해댄다.
마음이 너무 가벼워 그 얇은 연에 올라탈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마음을 다해 사랑할 무언가가 없어서. 마음 가득 채워둘 무언가가 없어서.
어렸던 나는 온 신경을 하늘에 던졌다. 하늘을 나는 연을 보고 싶었다. 나의 연이 더 높이 그리고 더 높이 내가 올라가지 못할 하늘에 던져지는 게 좋았다. 마음속을 누비던 연이 이윽고 파랗지도 않은 하늘에 닿는 게 좋았다. 그래서 나는 그 짧은 다리로 열심히 뛰고, 작은 손을 놀릴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는 연을 날릴 수 있을까. 미안하게도 지금은 연이 누빌 마음이 없다. 그때의 짧았던 다리에 비하면 한껏 자라났는데, 더 빠르게 뛸 수 있을 건데. 도리어 연을 따라간 마음을 아직 찾지 못하여.
마음을 다해 사랑하면, 마음 가득 무언가가 차면 무거워진 연이 내려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나는 실을 따라가 연을 찾아내는 것이다. 연을 찾으면, 그 위에서 춤을 추던 마음도 주워올 수 있을 것이다.
떨어진 연을 다시 날리려고 신나게 달려가던 다리는 이제 날아간 연을 찾으려고 발을 동동 구른다. 하늘을 바라보지도 않으면서. 내가 더 이상 아빠가 손수 만들어 준 연을 사랑하지 않는 탓이다. 더 이상 그 연이 푸르지도 못한 하늘을 위태롭게 나는 것이 신나지 않을 것이며 추운 겨울날 시린 손으로 실을 붙들고 있고 싶지 않은 탓이다. 나는 마음을 잃은 어른이 되고 말 것이다.
무엇을 사랑해야 할까. 무엇을 사랑할 수 있을까. 마음이 없어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해 마음을 잃는다면, 다시는 하늘 너머로 연을 던지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