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지마 (2023)

by 김민주


걱정하지마 (2023)


정육면체의 납덩이 하나가 풍덩 빠지는가 하더니, 어느샌가 이 바다의 깊은 곳 어딘가로 가라앉았다. 나는 이 납덩이가 많아져 나의 푸르른 바다의 물이 사라지고 납으로 가득 채워지지 않을까, 나의 지도에서 바다 하나가 사라지지 않을까, 단 하나의 납덩이로부터 그런 염려를 한다.


너는 걱정이 너무 많아. 지레 겁을 먹잖아.


이 바다는 내가 헤엄을 치기에는 너무 크고 넓어 단 하나의 납덩이를 찾을 리가 만무하다. 그럼에도 나는 그 납덩이로부터 시작된 염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든다. 어떤 장비도 없이, 잠수복 따위도, 산소통이라도 하나 갖추지 않고 대책없이 바다 속을 헤맨다. 나는 납덩이를 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납덩이로부터 시작된 마음을 어떻게 해보려는 것 뿐이다. 주체가 되지 않는 마음 때문에 이 바다에 맨몸을 던져 놓았을 뿐이다.


본 적 없는 물고기가 그 속을 헤엄치고 있었다. 넓은 바다를 누비며 이런 파도 저런 파도를 만나고, 많은 물고기들을 보고, 물 위의 배, 깊은 바다의 산호, 바다를 뚫고 들어오는 볕, 그는 그런 많은 것을 겪었지만 눈 앞에 있는 것은 생전 처음 보는 어떤 것이었다. 커다란 정육면체의 무언가가 깊은 바다에 떠억 놓여있었던 것이다. 그는 주위를 빙빙 돌며 그것을 보았다. 한참 그것을 살펴보아도 무언지 알 턱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그 자리를 떠났다. 넓은 바다의 그것은 그리 크지도, 그리 중하지도, 그리고 그가 바다를 헤엄치는 데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넓은 바다의 단 하나의 납덩이를 찾기 위해 허우적거리고 있다. 본 적 없는 물고기 하나가 내 앞을 스쳐 지나갔지만 본 적 없는 물고기 한 마리가 대수냐. 나는 단 하나의 납덩이를 찾아야 한다. 이 바다의 어떤 파도는, 어떤 배는, 어떤 산호와, 어떤 볕, 많은 물고기들은 내가 납덩이를 찾아내는 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하등 쓸모가 없다. 그래서 나는 그 많은 것들을 본 체 만 체 하며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간다.


그래서 나는 길을 잃고 어떤 외딴 섬에서 눈을 떴다. 볕이 몸 위로 떨어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알몸으로 섬을 여기저기 다녔다. 사람은 없었다. 섬은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았지만 섬의 해안을 따라 한바퀴를 도는 데에 꼬박 하루가 걸렸다. 이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이제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맨몸의 내가 안전히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여전히 대책이 없기는 하지만 맨몸을 다시 바다에 던졌다. 전에 보았던 물고기를 다시 만났다. 나는 한동안 그를 길동무 삼아 헤엄쳤다. 볕이 따사로울 때는 가만히 바다 위에 누웠다. 그러다 지나가는 배 한 척을 마주쳤다.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해보지도 않고, 겁을 먹어서 진작에 나가 떨어지잖아.


그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그간 있었던 일을 일기장에 적었다. 일기의 끄트머리에 잃어버린 납덩이를 정육면체 모양으로 하나 그려놓고, 바다를 그려놓으려 하니 종이가 모자랐다. 바다를 먼저 그리고 정육면체를 그리려 하니 너무 작아 보이질 않았다. 나는 그런 것을 찾으려 했던가. 그런 것으로부터 시작된 마음 때문에 바다에 뛰어든 내가 우스워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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