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에게 2

케이크는 케이크일 뿐이잖아

by 김민주

민주에게


안녕. 나야. 니가 지난 주말에 내게 쓴 편지 잘 읽었어. 그래서 나도 너에게 답장을 해보기로 해. 앞으로 우리가 서로에게 쓰는 편지가 이곳에 쌓일 거야. 우리가 만든 벽장 안에 차곡차곡 말이야.


우리의 한 해는 참 정신없었다. 기억해 내려고 하면 기억이 날 텐데도 기억을 꺼내어 보고 싶진 않네. 솔직히 귀찮은 것 같아. 꺼내어 보면 뭐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이런 나완 다르게 너는 아마도 올해에 썼던 일기들을 한 번쯤은 훑어보겠지? 너는 소중한 걸 늘 곁에 두고 있고 싶어 하잖아. 근데 사실 나는 그게 소중한 게 맞아?라는 생각을 하곤 해. 그냥 하루하루의 일기일 뿐이잖아.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그냥 끄적끄적 써놓았을 뿐이니까. 출근했다, 퇴근했다, 오늘도 무탈히 보낸 것을 감사한다, 이런 것 말이야. 그걸 다시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그래, 사실 일기를 쓰는 것도 말이야. 의미가 있는 거야? 나는 잘 모르겠어. 그게 너한테 의미가 있어? 물론, 정말로 여느 때와 다른 날을 보내는 하루들이 있지. 그치만 그건 정말 적지 않아?

그런 하루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생기게 될까. 특별할 것 없는 하루들 말이야. 지나고 나면 잘 기억도 나지 않는 하루들이. 문득 이런 생각을 할 때면 사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어. 그냥 이렇게 사는 게 의미인 걸까. 우리가 이런 편지를 주고받는 것도 말이야.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아아, 니가 이걸 보고 뭐라고 할지 벌써 알겠어. '그게 그렇게 중요해?'라고 말꼬투리를 잡을 거야. 그렇지? 아무튼 말야. 그냥 다 평범한 하루이지 않을까. 니가 저 편지를 쓰면서 먹었던 케이크도, 니가 만난 따듯한 사람들도. 그게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어떤 것이 된다는 게 의심스러워. 시간이 지나면 일기장에 적힌 어떤 글씨들로 남을 뿐인데, 너는 왜 그런 걸로 나에게 고마움을 느끼는지 잘 모르겠어. 그래서 너를 못 믿는 거야. 너를 이해할 수 없으니깐. 케이크는 케이크일 뿐이잖아.

이걸 쓰는 순간에도 나는 널 귀찮아하고 있어. 왜 이런 걸 하자고 했는지 말이야. 아, 귀찮아. 무심해서 미안해, 하지만 이게 나인걸? 이런 얘기 들을 걸 알고서도 하자고 한 거잖아. 받아들여야 할 거야. 날이 많이 추워졌어. 나는 지금도 손이 너무 차게 식어서 이 편지를 쓰는 게 좀 힘들 정도야. 그래서 오늘은 이만 글을 마칠게. 또 봐.


2023.12.19.(화)

민주 씀


2023. 12. 19. (화) 케이크는 케이크일 뿐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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