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에게 3

메리 크리스마스

by 김민주

민주에게


민주, 안녕.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는 이브의 밤이야. 네 말처럼 오늘도 역시 특별할 게 없는 하루였어. 특별할 것이 없는 일기를 또 썼지. 맞아, 그게 조금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해. 하지만 어쩌겠어? 오늘은 그런 하루였던 거야.


그런 생각이 들어. 억지스럽게 살지 말자는 생각을 문득 했어. 오늘의 나는 조금 쓸쓸한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는 나였어. 그 기분을 없애려고 뭔가를 하진 않았어. 사람들을 만나거나, 밖에 나가서 크리스마스를 느끼는 일 같은 것 말이야. 오늘 해야 할 일을 하기 바빴어. 어쩌면 나한테 이런 크리스마스이브가 특별하게 기억되진 않을까? 여느 때처럼 집에서 옴짝달싹 하지 않고 책상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린 이런 날 말이야. 왜냐면 크리스마스이브이니까. 맞아, 말장난 같은 거야. 근데 난 가끔 이런 말장난 같은 것에 위로를 받곤 해.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네? 싶거든. 그것과 마찬가지로, 특별하지 않은 일기를 매일같이 쓰는 것이 실은 특별하게 되는 것 아닐까? 별 내용 없는 걸 매일 쓴다는 게 말이야. 또 다른 한편으론 특별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어. 그래서 억지스럽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 거야. 특별하려고 억지 쓰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뭐, 나는 이미 특별하지 않나?라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기도 해. 뭐, 알 수 없지만 말이야.

특별이란 단어를 너무 많이 썼더니 이상하게 보일 지경이야. 사실 모든 게 나한텐 그런 것 같아.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잖아. 일상적인 것들 사이에서도 내가 특별히 취하는 것들이 일상이 아니게 되곤 하잖아. 넌 그런 거 느껴본 적 없어? 우리, 미술관에 올라가던 길에 리프트를 탔던 것 기억해? 그때 우리 진짜 무서워했었잖아. 동동 떠있는 다리, 아래로 보이는 깊이를 알 수 없는 호수, 발아래를 쳐다볼 수 없어서 하늘만 보고 있었지. 그러다가 무심코 내려다봤을 때, 작게 보이는 버드나무를 보았어. 바람이 부는 대로 흩날리면서도 꼿꼿하게 서있는 그 모습을 보는데 왜 그렇게 위안이 되었을까? 그냥 버드나무일 뿐이었는데. 네 말처럼 버드나무는 버드나무일 뿐이잖아. 그런데 그날의 그 버드나무는 나한테 특별했어. 그 일이 있고, 그 후에도 그 버드나무를 떠올리면서 나는 내가 살아있음을 기뻐하곤 했어. 그 버드나무를 본 게 좋았거든. 그가 리프트 위의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줬으니까. 케이크는 케이크일 뿐인데도, 그날은 유난스럽게 나를 따듯하게 해 줬으니까, 그래서 살아 있다는 게 고마웠어.


그러니까, 우리는 그런 하루들을 자꾸 기억하려 하는 것 아닐까? 별 것 없는 하루를 일기장에 쓰면서, 그 틈바구니에 껴있는 어떤 특별함을 알아채 주고 싶어서. 내가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었던 버드나무를 알아채고, 기억하고, 기록해 두는 거야. 그 한그루의 나무마저 그날을 특별하게 해 주는데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이 내게 소중한 마음을 알아채게 해 줄지 어떻게 알겠어?


버드나무를 떠올리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이 많아져서 오늘은 편지가 좀 길어졌네. 그때의 버드나무를 너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얘기해 줘. 일기장에 어떤 글씨들로 남은 기억들이 너에게도 소중하게 남길 바라. 다음에 또 보자. 메리 크리스마스.


1. 12. 24. (일)

민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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