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정말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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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거리가 왕창 쌓여 있었다. 뭐가 이렇게 많은 거지? 설거지는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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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동생이 전시 철수를 위해서 바쁘고, 고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내가 설거지를 해놓기로 마음먹었다. 힘들게 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설거지거리가 쌓여있으면 동생의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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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산 고무장갑을 끼고 싱크대 앞에 섰다. 정말 하기 싫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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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정말 하기 싫어서 결국에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그런 인간이다. 생각하기를 그만두는 편이 설거지를 할 수 있게 해 준다. 정말 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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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가 왜 이렇게 쌓인 거지? 뭘 해 먹은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뒤적뒤적거리면서 하나씩 꺼내어 수세미로 문질렀다. 이 수세미는 지난 주말에 엄마가 와서 떠놓고 간 새 수세미다. 왜 이렇게 수세미가 힘이 하나도 없지? 왜 이렇게 지쳐 보이지? 동생이 뭘 이렇게 먹은 거지? 이건 또 뭐야. 웬 종이가 있지? 곶감 포장진가? 이런 걸 여기다가 다 버려놨네. 동생을 가만 두면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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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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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그릇을 물로 헹궈놓지도 않고 그냥 던져놓는 버릇이 있다. 음식물이 묻어있는 쓰레기, 배달음식을 먹고 나온 쓰레기 같은 것이나 앞서 나온 곶감 포장지 같은 것도 그냥 싱크대에 던져놓는다. 이래서 정말 설거지하기가 싫다니까. 동생이 먹고 던져놓은 한라봉 칠러컵도 헹궈지지 않은 채로 그대로 있었다. 어쩔 수 없다. 설거지하면서 쓰레기들만 니가 와서 치워라, 하고 그냥 던져놓을 순 없다. 설거지를 하면 싱크대까지 박박 닦아놓는 나로서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쓰레기들만 따로 건져낸 것만 해도 싱크대 옆에 가득 쌓였다. 동생을 가만 두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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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하기 싫어. 설거지 정말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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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키가 큰 편이다. 아닌가. 작진 않다. 싱크대가 조금 낮은지, 내가 조금 큰 건지 설거지를 하면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있어야 해서 점점 허리가 아파오고 있었다. 속에서 무언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게 느껴졌다. 하기 싫어. 하기 싫어. 일명 ‘하기 싫어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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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꾸역꾸역 참아내면서 입을 앙 다물고 설거지를 마쳤다. 음식물 쓰레기를 정리하고, 싱크대를 벅벅 닦았다. 물론 엄마의 뜨개 수세미 말고 구비해 둔 다른 녀석으로. 마지막으로 행주로 물기를 한번 훔쳐내고 행주도 다시 빨아서 널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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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온 동생이 ‘설거지를 아주 삐까뻔쩍하게 해 놨네?’라고 하는데, 내가 이런 것에 뿌듯해한다는 걸 알고 있는 동생이 일부러 나를 칭찬하는 게 느껴졌다. ‘어떤 자식이 온갖 쓰레기를 다 버려놔서 아주 힘들었어.’라고 하면서 쳐다보니 큭큭 웃으면서 ‘그 자식이 나야.’라고 했다. 나도 알아, 너인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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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거리는 다시 차오를 것이다. 다음에도 쓰레기를 왕창 버려놓으면 일을 하고 오든, 어디서 구르고 오든, 설거지는 내가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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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어디서 구르고 오면 내가 하게 되겠지? 그 정도로 매정한 언니는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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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하기 싫어 마음‘을 토해내는 어떤 짧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