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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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에 저장되어 있던 글을 한 곳에 모아뒀다. 금방 끝내고 다른 일을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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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정리하다가, 예전에 써놓은 글들을 한참 동안 읽었다. 마치 청소하다가 앨범이나 오래된 편지나, 묵혀둔 일기장 같은 게 나오면 청소하다 말고 그것들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처럼. 그래서 오래 걸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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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행히, 정리를 뒷전으로 미루지 않고 끝까지 해냈다. 생각보다 글이 적었다. 예전에 썼던 글들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오래된 usb를 뒤져볼까 생각하다가, 그곳에 있는 정리되지 않은 많은 파일들이 생각나서 그만뒀다. 그 상자를 열었다가는 오늘 하루 종일 오래된 것들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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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건 사실 꽤나 됐다. 2019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2018년 말이든지, 2019년 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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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둔 글들 중에 그때 썼던 일기가 있어서 보고 왔다. 2019년 봄이었다. 그때 알고 지내던 친구가 나에게 브런치라는 것에 대해 알려주고, '누나도 한 번 해봐요!'라고 했다. 나는 그때도 지금과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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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써놨던 일기 중 고등학교 때 썼던 일기 한 편과 작년 겨울 가장 혼란스러웠던 날 써놨던 일기, 그리고 고등학교 때 썼던 소설 한 편에 그림을 첨부해서 지원을 넣어 봤다. 뭔가 할 게 하나 더 생기면 또 살 날이 늘어나지 않을까.
만약에 이게 된다면 그림과 함께 작년 겨울부터 쓴 일기들을 하나씩 올려보자, 생각 중이다.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읽을까.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른 세상 이야기일 것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이런 생각은 해본 적조차 없어서 이해할 생각도 못하는. 허나, 어떤 이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당신과 같은 사람이 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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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 브런치를 다시 시작하게 되면서 그전에 썼던 글들을 모두 삭제해 버렸다. 내가 지금 찾고 싶은 건 그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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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냥 삭제해 버렸을까? 어디다 저장이라도 해두지. 사실 어딘가에 저장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닌 것 같다. 어제 최근의 가장 큰 실수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생각나는 건 없다고 그랬는데 가장 큰 실수가 이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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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을 정리할 거라고 하니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가끔 전에 쓴 글을 보는 재미'가 있다는 얘기를 해준 사람이 있었다. 오늘 몇 시간에 걸쳐 글들을 한 곳에 모아뒀지만, 재미를 위해서 나는 또 여기저기에 글을 써 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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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핑계고, 성격 상 그렇게 할 확률이 높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꽂혀서 다시 한 곳에 모아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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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어쩌면 강박적인 성향을 발휘하여 오로지 한 곳에만 글을 써 모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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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글을 마치고, 나는 다시 예전에 썼던 글들이 어디 갔는지 찾아낼지도 모르겠다. 이상한 데서 집요함을 드러내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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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쓴 글을 그리워하면서 쓰는 어떤 짧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