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 충전
—
어느 해의 할로윈 즘이었다. 일하는 학원에서 다른 학부모님들과 함께 벼룩시장을 열었다.
—
나는 아이들에게 이벤트를 해주고 싶었다. 2-3주에 걸쳐서 키링을 만들었다. 레진으로 만든 키링으로, 안에 반짝이도 넣고, 구슬도 넣어서 흔들면 소리가 나는 키링이었다. 달, 별, 하트 모양에 제각각 색이 다른 키링들을 매일 찍어냈다. 40개가 넘는 키링을 만들고, 예쁘게 포장을 해놓았다. 그리고 넉넉하게 종이를 준비했다. 연한 회색 사인펜으로 얼굴 모양 가이드를 하나씩 잡아놓은 종이였다.
—
벼룩시장이 오픈하고, 아이들이 바글바글 모여들었다. 학원 아이 한 명을 붙잡고 이거 해볼래?라고 물었다. 이게 뭔데요? 하면서 어리둥절하게 나를 쳐다보는 아이를 앉혀놓고, 이거 선생님이 만든 키링이야~ 오늘 선생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주면 키링을 하나씩 뽑을 수 있어! 해볼래?
—
한 명이 키링을 뽑아가니 여기저기 소문이 나서 내 테이블 앞에 아이들이 줄을 지어 서있었다. 준비한 의자가 부족해서 내가 앉아 있던 의자를 내어주고 빙글빙글 돌면서 모델을 섰다.
—
선생님 오늘 호박 모자 어때? 이것도 그려줘~
—
선생님 오늘 양말도 주황색이야! 양말도 한 번 그려볼래?
—
그렇게 모인 그림이 45장이었다. 준비해 간 키링이 부족해서 다음 수업 때 만나 새로 만든 키링을 전해주기도 했다.
—
나를 한 아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귀여운 그림들이 많았다.
—
오늘 책상 옆에 둔 작은 책장에서 뭔가를 찾으려고 뒤적거리다가 그때 받은 45장의 그림을 발견했다.
—
귀여움 충전을 위한 어떤 짧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