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 귀찮아

어우 어우

by 김민주

너무너무너무너무 귀찮아.


퇴근하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기다리는 것이 귀찮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랴, 기다려야 집에 갈 수 있는데. 기다렸다.


내가 퇴근할 때 타는 버스는, 빙빙 돌아서 집으로 가기 때문에 출근할 때보다 시간이 배로 걸린다. 어서 집에 가고 싶어서 환승을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환승하는 게 귀찮아서 그냥 원래 타던 버스를 기다린 것이다. 퇴근길마다 늘 하는 고민이다.


오늘은 유난히 피곤하였는데, 아마 오늘 좀 신경이 곤두서있었던 것 같다. 요즘 수업할 때 내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답답할 때가 종종 생기곤 했는데, 내가 집중을 잘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오늘 출근길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오늘은 수업을 잘 해내고 싶다, 집중해보자, 다짐했다.


그래서인지 오늘 종일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사실 오늘 몸이 좋지 않아서 좀 괴로웠는데,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계속 되새겼다.


물론 수업은 잘 해냈다. 아주 깔끔했다고 생각한다.


아니, 조금은 아쉬운 면도 있지만,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에 인사를 하고 나오자 긴장이 풀렸다. 계단을 내려오는데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것도 괴로웠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벌써 씻기 귀찮다, 세수하기 귀찮아, 옷 갈아입는 것도 귀찮아, 귀찮아, 귀찮아, 생각하는 것도 귀찮아, 그리고 실제로 중간 즘부터 넋을 놓고 온 것 같다. 버스 창 너머를 보면서 왔는데 뭘 봤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손가락 움직이는 것도 귀찮다. 띄어쓰기하는것도귀찮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이런저런 할 일들을 즐겁게 해낼 생각이었는데, 아마 드러누워서 게임을 하다가 잘 것 같다.


요즘 젤다의 전설을 다시 하고 있다. 중간 보스를 잡는 게 귀찮아서 여기저기 쏘다니고 있는 중이다. 여기도 귀찮음이 묻어있군.


나는 왜 이렇게 많은 걸 귀찮아할까? 귀찮음의 인간화, 김민주.


오늘 피곤해서 그런 것이지? 내일은 잘할 수 있지?


으응.


내일은 귀찮음을 이겨내고 뭔가를 하길 바라며 쓰는 어떤 짧은 글.

매거진의 이전글가득 찬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