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의 방

adhd

by 김민주

고등학교 시절, 학부모 상담을 다녀오신 엄마가 그런 말을 했다. 선생님이 반에서 제일 너저분한 자리가 너 자리라고 그러시더라. 정리정돈 좀 제발 잘해봐.


서른이 넘은 지금도 내 방은 어수선의 극치다.


엄마, 정리한 거야. 정리한 거라고.


대학교에 가고, 자취를 하기 시작하면서 나름 잘 치우면서 지냈다, 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고, 모든 것이 흩어졌다가도 나는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으면서 살았다. 하지만, 집에 찾아온 엄마는 항상 같은 말을 하셨다. 제발 정리 좀 하고 살아.


2023년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 갑자기 모든 일을 하기가 힘들어졌다. 가만히 앉아있기가 힘들어서 시도 때도 없이 동생방에 찾아가고 안절부절못하면서 방을 서성거렸다. 하나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서 책상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다가 난데없이 뜨개질을 하고, 뜨개질을 하다가 갑자기 글을 쓰기 시작하고, 그것도 끝내지 못하고 다시 그림을 그리는 날이 반복되었다. 내 방도 물론 엉망진창이었다. 역시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지만, 그 제자리라는 곳이 처음부터 잘못 설정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혹시 조울증의 증상 중 하나일까 싶어서 병원에 간 김에 여쭤보았다.


병원에 가기 전에 동생이 말했다. 언니, 내 생각엔 백 퍼센트 adhd야.


정말 동생의 말이 맞았다. adhd였다.


이렇게 얌전한 내가 adhd?!


생각해 보면 얌전한 태도와 다르게 머릿속은 얌전하지 않았다. 늘.


의사 선생님이 꺼내주신 간이 adhd 질문지를 읽는데, 그 짧은 질문 하나를 읽기가 힘들어서 몇 번씩 문장의 첫 번째 글자로 돌아가 다시 읽어봐야 했던 게 기억난다.


아침에 일어나면 adhd 약을 챙겨 먹는 게 이제 일상이 되었다.


adhd 민주의 하루

1. 오전 : 약을 먹은 후, 가장 컨디션이 좋다. 이때 많은 걸 해두려고 하는 편이다. 대체로 집중력이 필요한 일들을 배치한다. 예를 들면, 그림의 구상이나, 글쓰기 같은 일을 한다.

2. 낮 : 오후 중 낮시간대까지는 컨디션이 좋은 상태가 유지되어서 오전에 하던 일들을 쭉 이어서 하는 날이 많다. 오전에 구상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제일 많다. 먹고 있는 약이 식욕부진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어서 약을 먹기 시작한 후로 점심을 거르게 되었다. 좀 먹어보려고 한 적도 있었는데, 절반 이상 식사를 남기곤 해서 이제 아예 먹지 않게 되었다.

3. 저녁 : 7-8시가 되면 급격히 체력이 저하되기 시작한다. 이때까지 한 끼도 안 먹은 상태가 유지되는 탓도 있는 것 같다. 컨디션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이때부터는 취미생활을 시작한다. 대체로 뜨개질, 게임, 노래 듣기 같은 일들을 하는 편이다.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에는 집중하려고 신경을 곤두세우는 편이다. 그럼에도 다른 생각을 하는 때도 물론 많다. 그래서 종종 혼자 멍하니 있곤 한다.

4. 밤 : 10시경 저녁약을 먹는다. 이때는 adhd약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잠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두어 번 헷갈려서 아침약을 저녁에 잘못 먹은 일이 있었는데 밤을 꼴딱 새웠다. 저녁약을 먹고 2시간 정도 경과 후 잠에 드는 편이다.


사실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계속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어떻게 마무리 짓지? 왜 이런 글을 쓰게 된 거지?


저녁밥 뭐 먹지? 내일은 뭐 하지? 오늘 남은 시간에는 뭐 하지? 일기에 뭐 쓰지?


토스트 해 먹어야지.

마요네즈 달걀 토스트 레시피

1. 식빵의 테두리를 따라 마요네즈를 뿌려준다.

2. 식빵 가운데에 달걀을 한알 까서 올린다.

3. 소금 살짝, 후추 양껏

4. 달걀이 익을 때까지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5. 맛있게 냠냠.


어, 또 딴생각하고 있었네. 정신 차려.


또 난장판이 되어버린 방을 보면서 갑자기 쓰게 된 어떤 짧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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