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어떤 짧은

갈비 냠

엄마, 제발.

by 김민주

오후에 엄마가 오셨다.


엄마, 어디서 만날 거야?

거기 있잖아~ 너네 집에서 쭈욱 걸어오면 나오는 쇼핑몰 문 앞 있잖아~ 문 앞에서 만나.

아니, 거기 문이 여러 개라고. 거기 어디?

거기~ 폭포 있잖아.

아니, 폭포? 몰라, 몰라. 쇼핑몰 정문에서 만나.

쇼핑몰 정문이 어디야?

그, 막 동상들 세워져 있는 데가 정문이잖아.

아니, 에스컬레이터 밑에서 만나면 되잖아~

에스컬레이터가 많다고요. 아냐, 역으로 내가 갈게.

그래, 그래.


길치들은 만나기가 힘들다.


엄마, 어디야. 나 지금 역 앞이야.

역 앞이야? 알겠어~

지하로 내려가지 말고. 나 역 앞이라고 했다?

응.


민주야, 어디야.

역 앞이라고~

역 앞에? 그럼 위로 올라가?

그래! 위로 올라오라고 그랬잖아~

알겠어. 3번 출구로 나갈게. 어, 아니다. 어, 맞다. 응, 3번 출구~


3번 출구로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서 있었는데, 엄마가 나를 보고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려는 것을 붙잡았다.


엄마가 과일을 사가자고 해서 쇼핑몰 앞에서 만난 건데 쇼핑몰에 들어가자마자 엄마가 내 옷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옷 세 벌을 획득했다. 엄마는 나의 패션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한다. 만나자마자 오늘 입은 옷에 대해서 한 마디, 두 마디, 세 마디를 했다. 괜찮다. 옷 세 벌을 획득했으므로.


저녁은 갈비.

내가 먹은 것 : 밥 한공기, 조그만 서비스 냉면, 갈비 1.5인분, 맥주 두 잔, 달걀찜 2/3.


집에 들어오자마자 폭격이 시작되었다. 끌려다니면서 집을 정리하다가 쓰레기를 모아서 같이 버리고 나서야 겨우 방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엄마, 가만히 계셨으면 좋겠어요.


뭘 가만히 있어~ 집을 이렇게 해놓고~


방에 숨어서 쓰는 어떤 짧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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