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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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문득 바다를 보면 좋겠네, 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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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난히 밤바다 보는 걸 좋아한다. 사실 계속 내륙지방에서 지내서 바다를 볼 일이 별로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여행을 간다면 바다를 보러 가는 여행을 많이 갔었다. 그래서인지 성인이 되고 혼자 여행을 갈 때도 대부분 바다를 보러 가곤 했었다. 강릉, 포항, 통영, 부산, 제주, 등. 여행을 가고 싶다고 생각했을 땐, 보통 바다를 보러 가고 싶단 마음이 커져서 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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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 혼자 여행을 갔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하루종일 돌아다니다가 바닷가 근처에 숙소를 잡아 두고, 저녁 즈음부터 해변에 앉아서 바다를 봤는데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남자 한 명이 폭죽을 계속 터뜨렸다. 내가 터뜨리지 않은 폭죽을 보면서 폭죽을 보여주러 온 요정 같다고 생각했다. 캄캄한 해변에서 혼자 폭죽을 터뜨리는 요정과 거기에 물끄러미 시선을 빼앗기고 있는 나, 파도가 치는 소리, 축축하고 차가운 바닷가의 밤공기 같은 게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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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갔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여행 내내 날씨가 그리 좋진 않았다. 사려니숲을 보러 갔는데 바닥이 얼었다가 녹아서 온통 진창이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후드를 내내 뒤집어쓰고 다녔다. 거센 바람을 뚫고 오름에 올라가고, 별이 뜬 하늘을 보면서 편의점 김밥을 먹고, 손님이 하나도 없는 조그만 마을의 조용하고 조그만 카페에서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핸드폰에 옮기던 게 생각난다. 되돌아오는 날 더 머무르고 싶어서 비행기표를 늦췄다. 덕분에 생긴 여유 시간에는 내내 바다를 보면서 앉아있었다. 공항과 멀지 않은 곳이었는데, 담을 따라서 바로 물이 있었고, 물 쪽으로 들어가는 계단이 하나 있었다. 뛰어내리면 바로 물이었다. 그 계단에 멀뚱멀뚱 앉아서 파도가 담을 때리는 걸 보았다. 여기 계단이 왜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했다. 바람이 세고 찼는데도 한참을 거기에 머무르다가 비행기 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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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맥주를 세 캔 마셨다. 친구와 전화로 떠들고 있었다. 여행 얘기가 나와서, 요즘 바다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꽤 긴 시간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떠들다가 친구가 자겠다며 전화를 끊고, 나는 부산에 가는 기차표를 예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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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근처의 숙소를 예약해 뒀다. 여행에 그렇게 흥미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밤바다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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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계획을 좀 짜보려고 했는데, 귀찮아졌다. 밤바다만 원 없이 보고 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그냥 가고 싶은 동네 몇 개만 정해두고 계획 세우기를 종료했다. 그날그날 아침에 일어나서 가고 싶은 곳을 그냥 보고 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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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가면 어떤 기억들을 가지고 돌아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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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근처의 공원을 한가로이 산책하는 모습을 그려보고 있다. 바다 냄새. 바다가 보이는 창 아래에서 깨어나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나. 음.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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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가볼 만한 곳을 알고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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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뜬 마음으로 어떤 짧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