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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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신이 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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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이 또 흐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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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사나운데, 그렇다고 뭐 대단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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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건 아닌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는 도통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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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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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고 있다. 책상 앞에 앉았다가, 침대에 누웠다가, 다시 책상으로 갔다가, 다시 침대로 돌아와서 앉아있다가, 다시 책상 앞으로 간다. 그림을 그렸다가, 글을 쓰다가, 책을 읽다가 영화를 보고, 영화를 보다 말고 다시 그림을 그리고, 갑자기 뜨개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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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정신 사나워. 하나만 좀 할 순 없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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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통 일기도 못 쓰고 있다. 무엇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 너무 생각이 많아서인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생각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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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하나를 끝냈다면, 겨울 내내 뜨고 있던 담요를 드디어 마무리 지었다. 담요를 뜨고 생각보다 실이 많이 남아서 조끼를 하나 더 뜨고 있다. 아까 말한 뜨개질이 바로 그 조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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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추천받았던 영화 중에 두 개를 보았다. 한 편은 엊그젠가 보았고, 한 편은 방금 다 봤다. 뜨개질을 하면서 봤다. 영화를 다 보니 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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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벌써 네시 반. 남은 시간에는 뭘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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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이 없어서 이러나? 아니면 할 일이 너무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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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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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이런 질문을 하고, 답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걸 보니 요즘 정신이 없긴 한가 보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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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도 굉장히 횡설수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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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래? 정신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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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사납게 어떤 짧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