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__
어제 아침에 일어나서 만화를 보면서 뜨개질을 했다. 조끼 하나가 완성되었다. 손을 따라서 이리저리 돌려지는 실을 따라서 마음이 들쑥날쑥하는 게 느껴졌다. 핸드폰을 자꾸 들었다 놨다 했다. 기차 예매 내역을 계속 확인하고 있었다. 몇 시 출발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자꾸 들어가서 보게 되었다.
__
하얀색 작은 캐리어 하나. 그리고 크로스백을 가득 채워 짐을 쌌다. 캐리어에는 갈아입을 옷이나 속옷, 화장품 같은 것을 넣고 크로스백에는 아이패드와 책 세 권, 일기장 같은 것을 넣었다.
__
찬찬히 부산에 가고 싶다고 생각해서 무궁화호를 탔다. 다섯 시간 반 동안 기차에서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책을 한 권 반 읽었고, 핸드폰 게임도 했다. 핸드폰 게임을 하는 사이 배터리가 점점 바닥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러다가 내리기 전에 핸드폰이 꺼지겠다 싶어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어놓고 창밖을 보았다. 대구를 지나 경산, 청도, 상동, 밀양, 삼랑진, 원동, 그리고 나는 물금역에서 내려야 했다. 역을 하나씩 지나칠 때마다 마음이 들뜨는 게 느껴졌다. 점점 더 마음이 뜨는 게 느껴져서 30분 정도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__
전 날에 양산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을 해뒀다.
__
나 부산 감!
왜!!!!!!!
여행 감 혼자!!!!
나 지금 베트남이여!!!!!
__
베트남에서 목요일 아침에 돌아온 친구가 낮에는 기절하듯 잠들었다가 저녁때가 되어 기차역으로 나를 데리러 왔다. 열일곱이던가, 열여덟이던가, 그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니 벌써 10년을 훌쩍 넘은 친구였다.
__
우리 진짜 오랜만에 본다! 전에 양산 한 번 온 뒤로 처음 보는 것 같아. 그게 5년 전인가? 6년 전인가?
양산에 왔었다고?
엥? 왔었잖아.
그래?
__
친구가 미리 포장해 둔 회를 픽업해서 친구네 집으로 갔다.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느라고 선물 하나 못 들고 온 게 내심 아쉬웠다. 나중에 뭐 좀 보내줘야지.
__
소주 한 병. 소주 두 병. 세 병. 네 병. 다섯 병을 비우고 잠자리에 들었다. 냉장고에서 자꾸 소주병이 나오는 게 신기했다. 친구는 바닥에 토퍼를 깔고 나를 침대 위로 안내했다. 따듯하고 포근한 잠자리였다.
__
각자 잠자리에 누워서 무슨 말을 한참 주고받았던 것 같다. 내가 약 기운에 취해서 조금 이상한 소리를 하기도 했던 것 같다. 친구가 자라고 해서 눈을 감았다.
__
점심때가 훌쩍 넘어서 깨어났다. 친구가 다시 나를 차에 태워 다음 목적지까지 바래다줬다.
__
내 친구들은 다들 왜 이렇게 나한테 잘해주는 거야.
__
이렇게 오랜만에 보는데도 왜 이렇게 어제도 본 것 같냐.
그러니깐. 그게 좋은 거지.
좋아용 좋아용~.
__
맛있는 회. 소주 다섯 병. 몇 년 만에 보는 친구. 이야기들. 그리고 그걸 담아두는 어떤 짧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