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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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갈 곳들을 여기저기 찾아놓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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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아직 채 뜨기 전에 깨어나서 침대에 누운 채로 올라오는 해를 지켜봤다. 오늘 갈 곳을 네 군데 정해두었다. 두 군데는 숙소 근처고 다른 두 군데는 버스를 타고 좀 나가야 했다. 마침 일찍 깨어났겠다, 일찌감치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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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목적지는 숲이다. 숙소에서 버스를 두 시간 반 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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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공원이 있어서 한 바퀴 빙 둘러 걸었다. 그 아침부터 농구를 하고 있었다. 헤드폰을 끼고 있어서 공 튀기는 소리나, 사람들 말소리나, 뛰는 발걸음 소리 같은 게 들리진 않았다. 들리지 않는 소리 대신에 나는 머릿속에서 공이 쿵쿵하고 바닥을 울리는 소리를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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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내려서 다른 버스로 갈아탔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더 타고 들어가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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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정오도 되지 않았는데 핸드폰 배터리가 20퍼센트였다. 보조 배터리도 없었다. 다행히 충전기를 들고 왔지만 충전할 곳도 마땅히 보이지 않았다. 어쩌자고 충전도 하지 않고 나온 거지? 지도가 없으면 길을 찾지 못하는 나다. 이대로라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도 힘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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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을 찾아 헤맨 끝에 두 군데를 가보았지만 보조배터리 따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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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퍼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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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편의점까지 허탕을 치고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 들어왔다. 일정이 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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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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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오후 일정을 좀 변경해야겠지만 아무렴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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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한탄을 들은 친한 동생이 ‘뭔가 언니다운 여행이구나.’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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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이 여행의 방향이 어떻게 돼 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좋다. 뭐 사는 게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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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완충을 기다리며 어떤 짧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