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스핔 광 안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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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아홉산숲을 보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기 위해 탄 버스. 내가 타고 두 정거장 정도 더 가서 외국인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이 탔다. 버스기사님에게 부산?! 부산!?을 외쳤고, 기사님이 타라고 했지만 그 버스는 부산 아래까지 들어가는 버스는 아니었다. 나는 입을 움찔거렸지만 겁이 나서 가만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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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다시 출발하고 나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자그맣게 익스큐즈미, 라고 하는 게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영어를 할 줄 아느냐 물어왔다. 하. 영어 한 마디 하기가 참 어렵다. 나는 손을 휘젓다가 불현듯 나는 스마트한 현대인이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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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으로 간다는 그 두 사람에게 부산 어디로 가는지 물으니 광갈리에 간단다. 광갈리? 호텔 명함을 받아보니 광안리였다. 광안리까지 가려면 이 버스의 종점에서 내려서 지하철을 타고, 중간 즈음 가서 다른 라인으로 환승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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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도 버스에서 내린 뒤에 같은 지하철을 타긴 해야 했으므로 함께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번역기를 열심히 돌려서 지하철을 중간에 갈아타야 하고, 몇 분이 걸릴지, 어느 방향으로 타야 할지를 얘기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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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지하철에 앉아 가면서 그 외진 곳에 왜 있었느냐 물으니 나와 같은 대나무숲을 보고 온 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서로 찍은 대나무 사진을 보여주면서 깔깔 웃었다. 왜 웃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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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향으로 가는 초록색 라인을 타서 광안역에서 내려야 해요. 광안역으로 가려면 ~~ 행을 타야 해요. 번역기가 잘 전달해 줬는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설명했다. 나는 한참을 더 가서 내려야 했기 때문에 마음이 쓰였다. 광안역에서 내리라니 여자분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역시 번역기를 돌려서 광갈리에 가는 게 맞느냐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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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광갈리~ 코리안 스핔 광, 안, 리. 그래서 광안역에서 내리는 거예요. 내 목소리를 따라 한 글자 한 글자 광, 안, 리라고 읊더니 깔깔 웃기 시작했다. 나도 따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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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져야 하는 역의 4 정거장 전쯤부터 인사를 나눴다. 같이 못 가서 아쉬워요. 저는 더 가서 내려야 해요, 라고 하니 얼마나 더 가야 하느냐 물어서 노선도를 보고 넥스트, 넥스트, 넥스트, 넥스트, 넥스트, 넥스트, 하고 중얼거리니 한 번 더 깔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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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내려야 한다고 손짓을 하니 내 손을 꼭 잡고 감사합니다~하고 인사를 전해왔다. 손을 잡은 채로 바이바이~하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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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통하면서 그 잠깐 사이에 정이 들었는지 혼자 가는 길이 좀 허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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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도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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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여행도 깔깔 웃음소리가 가득하길 바라며 어떤 짧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