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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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평소의 수면패턴과 안 맞게 꽤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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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나는 요 근래에 그래왔듯이 12시쯤 잠이 들었고, 오늘 8시 즈음해서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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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면서부터 생각했다. 어우, 오늘 뭐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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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며칠이 되든 귀중한 휴일이지만 오늘은 하루를 통으로 혼자 시간을 써야 한다는 것이 왠지 지루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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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다녀온 부산 여행의 여파일까. 아니면 뭐, 그냥 그런 재미없는 시기가 돼버린 걸까. 이를테면 인생노잼시기 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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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서 한 시간쯤 평소에 즐겨하던 닌텐도 게임을 했다. 하지만 즐겁진 않았다. 게임을 했다기보다 꾸역꾸역 참고 있었다. 뭘 해야 할지 아직 마음을 못 정했으니 시간을 좀 끌어보자, 같은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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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끄고 드디어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커피를 한 잔 내려서 책상 앞에 앉았다. 얼마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글을 쓰다가 다 지워버렸다. 쓰면서도 재미가 없었고, 다 쓰고 나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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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좋아하던 가수들의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왕창 넣어 놓고 듣기 시작했다. 원래 같으면 들을 때마다 마음이 살랑살랑 움직이던 노래들이었는데, 그저 귀찮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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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게임을 한 시간 정도 했다. 그것도 금방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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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점심을 먹고 어찌 저찌 3시가 넘은 시간이 되었다. 저녁때가 되면 오늘 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이렇게 아깝게 보냈을까, 후회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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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심심하면서도 너무나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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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정확히는 아주 재미난 걸 하고 싶은데, 아주 재미나게 느껴질 것이 지금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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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노잼 시기라는 게 이런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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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야 재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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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쿨렐레를 잠깐 꺼내 들었다가 줄 한 번 튕겨보지도 않고 다시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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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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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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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부산 여행에서 헌책을 네댓 권 사 왔다. 그중에 하나를 읽을까, 하고 꺼내 들었지만 종이를 한 번 스르륵 넘기기만 하고 다시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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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면 재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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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며 어떤 짧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