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_할 말이 있어

본문 1

by 김민주

-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넘어온다. 목소리야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뒤죽박죽으로 소리를 낸. 높낮이가 다른 소리가 수화기에서 툭, 툭 튀어나오더니 고무공처럼 퉁탕퉁탕 귓바퀴를 치고 들어온다. 들쑥날쑥, 괴상한 소리, 나도 그 소리를 따라 엉망진창인 목소리를 낸다.


여보세요.


엄마, 뭐해?


항상 이렇게 전화가 걸려온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화를 먼저 해오는 일이 통 없었다. 기껏 해봐야 ‘주인 아저씨가 아직 월세 안 들어왔다던데’, ‘이번 달에는 가기 힘들 것 같은데? 공모전 준비해야 해‘ 같은 얘기를 하는 게 전부였고, 그 전부가 끝나면 어김없이 전화는 끊겼다. 이미 제멋대로 꺼져서 캄캄해진 핸드폰 화면을 가만히 쳐다보다 버튼을 눌러 다시 켜면 그 애 이름 밑으로 채 5분을 넘기지 못한 통화기록들이 줄을 지어 있었다. 그러던 애가 요즘 들어 심심하다며 전화를 해오는 일이 부쩍 늘었다.


무청 다듬어, 나물 무쳐 먹으려고. 왜? 심심해?


응, 바빠?


그리곤 별일 아닌 이야기들이 줄줄줄 흘러나온다. 지난 저녁 동생과 무얼 했는지, 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도서관 앞의 나뭇잎이 어쨌다든지 하는 얘기들을 한다. 매일 있는 이야기들, 별난 것 없는 이야기들. 나는 그 얘기를 들으며 무심코 웃다가도 잠깐의 적막을 틈타 전화를 끊을 시간을 재고 있다.


엄마, 사실 할 말이 있어.


무슨 할 말이기에 이렇게 긴 시간 아무런 얘기들을 하면서 시간을 질질 끌었을까. 이미 깨끗하게 다듬어졌으면서 미처 손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이파리 한 장을 손 끝으로 짓이긴다.


그 애가 할 말이 있다고 했을 땐, 늘 대단한 일이곤 했다. 아프단 기색도 없이 학교에 잘만 다녀온 애가 엄마, 나랑 같이 보건소에 가줘, 하고 연락이 와선 애아빠가 따라가보니 신종플루에 걸려버린 후였다. 누군 죽었고, 누군 며칠을 앓아누웠다더니 아프지도 않았냐 물으니 아프긴 했어, 하더랬다. 무슨 일이 있느냐, 왜 우느냐, 물을 땐 아무 말도 않고 눈물만 하염없이 쏟아대다 할 말이 있다고 했을 땐 고등학교를 자퇴하겠단 소리였다. 고3 가을 어느 날엔 며칠 동안 집에서 정말 말 한마디도 없이 잠만 자고 학교에만 오가길 반복하더니 안방에 와 애 아빠와 내 앞에 앉아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수시 실기에서 떨어졌다는 이야기였고 우리가 언제 발표가 났느냐 하니 벌써 며칠이 됐다고 했었다. 그 며칠 동안 혼자 끙끙 앓다 제가 좀 괜찮아져서야 우리를 찾아온 것이다. 그 말을 하는 애 얼굴에서 이미 지친 기색이 완연하고, 열아홉 답지 않은 고단함이 그 애가 거실을 지나쳐 안방으로 들어오기까지 밟아 온 방바닥에 뚝뚝 떨어져 있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벙하니 쳐다보다 괜찮아, 정시도 남았으니까, 라니 그제야 눈물을 툭툭 떨어뜨렸다.


그 애는 그런 애였다. 혼자 끙끙 앓다가, 그런 걸 말하는 건 배워본 적이 없는 것처럼, 얘기해선 안 되는 일인 것처럼 혼자만 알고 있다가 제 혼자 다 앓았다 싶으면 그제야 우리를 찾아왔다. 정시 원서를 넣어두었던 세 군데 학교에서 끝끝내 아무런 소식이 없던 어느 날, 그때는 딸애가 몇날 며칠을 앓았다. 지독한 몸살에 걸려 밥도 물도 못 마시고 끙끙 앓으며 누워만 있었다.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저절로 흐른 눈물에 베개 끄트머리가 축축해졌다. 그러다 병세가 좋아져 일어나선 여기저기 쏘다니기 시작하더니 한다는 말이 재수할래,였다. 전문대라도 들어가자 설득하는 나와 남편 앞에서 엄마, 아빠는 왜 자길 믿어주지 못하느냐며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대다 다음날 홀연히 거제도로 여행을 가버렸다. 혼자 아직 감기 기운이 달린 몸뚱이를 끌고 학교며 학원이며 돌아다니면서 재수 상담을 마친 후였다. 딸애가 없는 사이 남편이 넣어놓은 원서, 그리고 합격 소식과 함께 아이는 별다른 말 없이 그대로 입학을 하더니 첫 학기에 수석을 받아왔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나와 남편은 고비를 넘어가려고, 딸애의 고비를 넘겨주려고 애를 썼다. 그럼 아이는 다시 일어섰다. 내가 손을 내밀어야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나 섰다. 제 딴엔 혼자 일어났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지만 내게 할 말이 있다며 찾아올 때는 늘 지독하게 아픈 얼굴로 찾아왔고, 이미 넘어져서 상처가 그득한 상태였다. 그럼 또 손을 내밀고, 그럼 엉거주춤하게라도 내 손을 잡고 일어섰다. 아이는 그렇게 컸다. 그러나 딸애도, 나도, 그 넘어짐은 여전히 아프기에, 아직 익숙지 못해졌나 보다. 아이는 늘 그렇게 망설임 끝에 할 말이 있단 말을 꺼냈고, 나는 한 번 더 망설임을 더했다. 혼자 어느 것을 또 앓다 이제야 얘기해주는 것일까 걱정이 되어서. 애꿎은 어린 무청을 손끝에서 짓이기며. 짓이겨진 무청의 끝을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뭔데?


딸애가 우물쭈물하는 동안에 그 틈으로 들려오는 입술이 달싹대는 소리에서 딸애의 표정이 떠오른다. 곧 울 것 같기도, 그러다간 입을 악 다물고 눈물이 나오는 걸 참을 것이다. 그리고는 이 이상은 누를 힘이 없다는 듯이 소리도 없이 볼을 타고 눈물이 툭툭툭 떨어질 것이다.


엄마, 나 상담을 다시 다니기로 했어. 오늘 갔다 왔어.


딸애가 대학교에 들어가고 1년 반 정도 지났을 때, 그때도 이렇게 얘기했었다. 할 말이 있다며 전화를 걸어와선, 심리상담을 받게 되었다고 얘기했다. 그때도 말을 하기에 앞서 입술이 달싹거리는 소리를 한참 동안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 듣고 있었다. 그때 나는 무얼 하고 있었더라. 뭘 하다 그 전화를 받았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꽤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네가 상담을 왜 받아? 머릿속 가득, 똑같은 질문이 떠오르고 또 떠올랐다. 네가 상담을 왜? 네가 뭐가 모자라서, 내가 뭘 모자라게 해줘서?


그래?

응, 그냥, 요새, 음.


말을 고르는 모습. 아이는 곧잘 이렇게 말을 고른다. 짧은 한 마디를 할 때에도, 한 마디 한 마디를 고르고 골라 말한다.


요새, 음, 그냥, 힘든 것 같아서 좀, 고민해 보다가 지난주에 전화해서 예약하고 오늘 다녀왔어.


의미 없는 음절들을 순서만 바꿔서 여러 번 반복하다 이윽고 할 말을 모두 골랐는지 그 후는 줄줄 말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쏟아져 나온 말들을 다시 한 번 맞춰 본다. 힘들었고, 그래서 고민을 했고, 그래서 예약을 하고, 오늘 다녀왔구나. 왜? 뭐가 힘든데?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들이 치아 안쪽을 툭툭 두드린다. 내보내 달라고.


그래? 잘했어. 도움 받을 수 있으면 좋지.


엄마, 음.


다시 또 말을 고르는 시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슨 말들 가운데 말을 고르고 있을까 상상해 본다. 뭐가 힘든지? 그걸 얘기해주려나. 아니면, 내 탓을 하진 않으려나.


엄마, 내가 다시 상담을 다녀도 되는 걸까? 벌써 예전에, 그, 전에 상담받을 때 엄청 오랫동안 했잖아.


아이는 말을 고르는 것과 함께 울지 않겠다는 마음도 함께 골랐는지 마디 사이사이 울음을 참는, 그 먹먹한 소리를 붙여가며 말을 한다. 3년 정도 받았던가. 대학교에 간 후에, 심리학 교양 수업에서 과제를 받았다고 했었다. 심리검사를 받고 그걸 분석하는 레포트를 써오라고 했단다. 그런데 우리 아이에게 주어진 과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결과지를 받으러 간 날, 그곳의 담당자가 얇은 파일을 건네며 면담을 하자 했단다. 얼떨떨한 마음으로 면담을 잡곤 그 후로 심리상담을 받았다. 가서 무슨 이야기를 했었는지는 모른다. 아이는 거기까지만 얘기했다, 늘. 무엇 때문에 힘든 건지, 무엇 때문에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하는지, 나는 모른다. 알고 싶었지만 굳이 묻진 않았다. 아니, 묻지 못 했다. 꾹 닫힌 딸애의 입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겠어서. 그 얘기를 듣는 내가 무슨 말을 하게 될지 나도 짐작이 되질 않아서. 종종 전화를 하면 너무 더워서 쓰러질 것 같다며, 자취방에 들어가면 에어컨부터 틀어놓고 샤워를 한다며 나불대던 딸애는 그 후로 점점 전화하는 횟수가 줄어들더니 셔틀버스를 타고 한 시간이면 오는 집에 오는 횟수도 줄었다. 막내 아들이 큰누나가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그런 얘기를 딸애에게 전해줘도 그저 ‘그래?’하고 말 뿐이었다.


힘들면 또 받을 수도 있는 거지. 다른 사람들은 상담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 그곳에서 도움 받을 생각을 못할 뿐인지도 몰라. 그런데 왜 또 받으면 안 되겠어. 그런 이유는 없어.


엄마, 그게. 벌써 3년을 했는데. 또, 또. 또. 또 이렇게 됐다는 게. 그게.


왜, 그게 잘못된 것 같아? 그만큼이나 받았는데도 힘든 게 남았다는 게? 그게 무슨 상관이야. 막 구제 불능인 것 같고 그래? 그래서 그래?


답답한 마음을 따라 말이 여기저기로 튀어 나간다. 마치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물살이 가득 차는 것을 피해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려고 팔다리를 휘젓는 것처럼. 팔다리가 물 밖으로 나갔다가, 물 안으로 들어왔다가, 있는 힘껏 휘적대는 사이에 전화기 저머에서는 끅끅 우는 소리가 들린다.


어어, 구제 불능인 것 같잖아아. 언제까지고 이렇게만 살아야 할 것 같아서.


말을 고르는 틈 없이 빠져나온 딸애의 있는 그대로의 말들에는 절망과 슬픔이 엉겨 붙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