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듯하게 지졌더니

눈이 감기네

by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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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시쯤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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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일어난 탓인지 점심 즈음 되니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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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일러를 너무 세게 틀어놨나? 싶어서 어제 온도를 살짝 낮춰놨더니 손발이 시렸다. 아무래도 그 탓도 있는 것 같다. 손발이 시려워 작업하다가도 자꾸 전기장판을 틀어놓고 누워서 손발을 녹이려고 했다. 누워있으니 괜히 잠이 올 것만 같았다. 낮잠은 안 자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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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로 몸을 좀 녹이면 좋을 것 같아서 샤워를 했다. 따듯하다 못해 뜨듯, 뜨끈한 물로 온몸을 한 번 싸악 씻고 나왔다. 축축한 머리카락을 매달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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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효과가 좋았다. 손과 발이 녹아서 뜨듯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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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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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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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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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하기 전에 싸악 씻고서 정신 차리고 집중하자, 하고 씻고 온 것인데 낭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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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한 잔 스윽 들고 와서 홀짝홀짝 마셔보고 있지만 눈꺼풀에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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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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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은 김에 화장하고 나가서 작업할까, 잠깐 고민했지만 오늘은 나가지 않는 날로 정해두었기 때문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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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여지없이 졸고 앉아 있게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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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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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졸릴 때 이런 글을 많이 써놓곤 하는 것 같다. 뭐라도 쓰는 척하면서 잠을 깨우려는 건지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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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면 맨날 졸고 앉아 있는 사람으로 보일 것 같지만, 나는 사실 웬만해선 낮잠을 자지 않는 사람이다. 밤에 잘 자기 위해서다. 낮잠을 자면 괜히 밤에 잠들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에 시달리곤 한다. 물론 그 불안함 때문에 정말로 잘 못 자는 경우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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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자고, 정신 차리고서 뭔가 하는 게 낫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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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불통인 나는 절대 잠들지 않을 것이다. 꾸역꾸역 뭔가를 해야지. 정신은 없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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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부리는 어떤 짧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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