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말> 0
<거짓의 말> 0
오늘 하루 종일 오른쪽 귀가 먹먹-한 느낌이 들어 불편하다. 씻으면서 물이 들어간 걸까 싶어서 오른쪽으로 몸을 한껏 젖혀본다. 지금도 그 상태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손은 열심히 글자들을 모으고 있는데, 다들 기울어져 있으니 왠지 이 글자들이 내가 모으려는 글자들이 맞을까 싶다.
그것과 상관없이, 나는 거짓의 말을 쓰기로 했다. 어쩌면 거짓의 말이라는 게 조금 기울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내가 삐딱하게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 모양새가 실은 아주 엄청난 관계를 내포하고 있을 수도 있다. 뭐, 정말인지는 알 수 없다.
이왕, 거짓말을 하는 김에 정말 솔직하게 거짓말을 해보려고 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해야지.
막상 제대로 거짓말을 해보려니, 특별한 거짓말이 생각나진 않는다. 더군다나 나는 '멍석'을 깔아주면 부담스러워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이 <거짓의 말>이라는 멍석이 오히려 내가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오롯이 진실만을 말하게 되는 거지. 아, 물론 이것도 거짓말이니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욘 없다. 아마 거짓말을 듣기 위해서 들어왔으니 이런 불성실한 태도를 가진 것이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겠다. '어디, 얼마나 멋들어진 거짓말을 늘어놓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들어왔을 수도 있으니까.
어쨌든, 이 글은 거짓말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장이므로 거짓말의 시작에 대해서 늘어놔 본다.
이건 꽤나 거창하고 사소하게 시작되었다. 거짓의 말이라는 것은 거짓으로부터 시작되었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건 거짓의 탄생으로부터 이어졌을 테고, 그 거짓의 탄생이라는 것이 우주의 차원으로 보면 굉장히 사소한 일이니까. 그러니 어떤 말과 거짓말의 기원은 큰 차이를 가지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들 응애- 하고 태어나듯이, 거짓도 응애- 하고 태어났고, 그것이 태초의 거짓말이다. 나는 거짓으로서 이 세상에 존재하므로, 필히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 되었다. 아, 참, '내가 거짓이다'는 이 시리즈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참의 명제'다. 제목부터 <거짓의 말>이니, 이곳에서 어떤 말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거짓이 되어야 하니까. 물론, 거짓의 말을 위해서 거짓을 자처하고 있을 가능성과, 내가 참으로 거짓이기 때문에 거짓의 말 밖에 하지 못한다는 가능성, 모두 배제할 수 없으니 글을 읽는 것이 헷갈릴지도 모른다. 그럼 분명하게 얘기하겠습니다. 이곳에서는 거짓이 참이고요, 참이 거짓이에요. 모두 거짓이니까요. 이 시점에서 이 이상의 말장난을 하는 것은 오히려 거짓을 받아들이는 데에 혼란을 줄 것 같아 이쯤 해야겠다.
아무튼 나는 누구나 그렇듯 탄생이라는 거창한 면과, 굉장히 사소한 것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누구나처럼 응애- 하며 태어날 수 있었다. 일단 거짓은 그렇게 태어났고, 거짓은 자연스럽게 응애-에서 이어진 말을 배우기 시작했다. 배가 고프거나, 춥거나, 덥거나, 졸리거나, 응아를 했거나, 응애- 응애- 하다가 그것만으론 자신의 진실을 전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을 것이고, 진실을 전달하는 수단 중 하나로서 말을 해야만 했다. 생각해 보면, 응애- 하며 태어난 우리들이지만, 응애- 만으로는 거짓인지 진실인지 가늠하는 게 어렵다는 건 우리 모두가 겪어 왔기에 반박하기 힘든 진실일 것이다. 물론, 우리의 세상에 응애- 말고 다른 말이 없었다면 또 다른 진실이 있었겠지만 이건 지금은 없는 진실이기 때문에 다루지 않겠다.
이런 얘기를 하기 시작하면, 나는 지나칠 정도로 이런 얘기들을 끊임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단지 <거짓의 말>의 시작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 줄줄이 늘어나고 많아지는 것을 보니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게 더욱 선명해진다. 그저 거짓일 뿐이면서 너무 많은 말을 쏟아내는 것이 반감을 살 수도 있으니 단출해질 필요를 느낀다.
그러므로 단출하게 <거짓의 말>의 시작을 알려 본다.
응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