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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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짧은 글을 안 써오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한 번 써보기로 했다. 뭘 쓸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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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에 꿈을 연달아 꾸면서 잠을 설치고, 오후 두 시가 다 되어서야 침대에서 기어 나왔다. 아니, 하루의 시작이 오후 두 시라니. 어제 유난히 늦게 잔 것도 아니었다. 1시쯤 잠들었던가? 13시간을 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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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시간을 자고도, 한동안 침대에서 뒹굴거렸다. 아, 알았다. 나는 잠이 부족했거나 덜 깼던 게 아니다. 그도 그럴 게 13시간을 잤으니까. 그럼 왜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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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서 할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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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하기 싫어서 도통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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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났다가 다시 잠이 든 것도, 그 할 일이 하기 싫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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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하기 싫은 일이 정말 많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면 참 좋겠지만, 하고 싶은 일과는 별개로 해야 하는 일도 있을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빨래 돌리기, 설거지. 이건 그나마 쉬운 축에 속하고. 오늘의 해야 할 일 중에 가장 하기 싫었던 일은 듣고 있는 강의의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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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과제 '하는 척'을 하던 나는 결국 입을 열고 말았다. 하면 안 되는 말을 하고야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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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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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도 '하기 싫어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이 하기 싫어 마음을 꾹꾹 누르면서 지내고 있다가, 입 밖으로 말해버리면 도통 그 하기 싫은 일을 해내지 못하는 병이 있다. 일명 '안 할래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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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과제를 포기했다. 안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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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안 할래 병 환자이므로, 당연한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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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포기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한참 신나서 글을 쓰다가, 마음속 깊은 곳에 남은 조금의 양심이 나를 또 괴롭히고 있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민주, 이제 와서 어떻게 할 순 없어. 응, 나도 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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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을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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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양심을 버렸다.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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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이제 편한 마음으로 글을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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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이 버려진 날의 어떤 짧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