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찢기> 12
나는 자꾸 귀를 막아.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고 해. 알고 싶은 것만 알려고 해. 모르는 것은 내내 모르는 것인 양 알려고 들지 않아. 그리고 나는 그 모든 걸 알고 있어. 엄마, 그게 정말 끔찍한 부분이야. 나는 모르는 걸 알고 있고, 알고 있는 걸 모르는 체하는 사람이라는 거. 그래서 귀를 막고 있어. 듣지 않아. 나는 내 말만 들어. 그리고 나는 내 말만 하는 척을 해. 내 말만 알아서 내 말만 하는 척, 그래.
엄마. 나는 엄마를 사랑해. 세상의 누구보다도 엄마를 사랑할 수 있어. 그리고 나는 엄마를 사랑하지 않아. 세상의 누구보다도 엄마를 사랑할 수 있기 때문에 엄마를 사랑하지 않아. 엄마를 사랑하는 난 너무 고약한 시간을 보냈나 봐. 그래, 이렇게 말하면 엄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어. 그래, 이렇게 말하면서 나를 잘 잡고 있어야 해. 그래서 나는 그 한 발 내미는 것을 못 하고, 제자리에 서 나를 붙잡고 매달려 있나. 나는 이 한 발이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른다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그동안 이 한 발을 위해 애썼다는 것도 알고 있지. 엄마, 내가 여기서 나가게 되면, 나는 엄마를 지긋하게 사랑하게 될까? 아니면 반대로 끔찍하게 미워하게 될까? 그걸 모르겠어. 그래서 나는 나가지 않아. 나가지 않으려고 동그라미를 찢으려고 했어. 동그라미가 사라지면, 내가 애써 나가지 않아도 되니까. 안이 밖이 되고, 밖은 안이 되지. 동그라미는 사라지고, 나는 귀를 막은 채 마치 듣고 있는 척을 계속 할 수 있게 되었을 거야. 내가 하는 말들이 꼭 내 말을 하는 것인 양 당당하게 굴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나는 알고 있는 것을 모르는 척 하지. 모르는 척하는 날 알고 있어. 그 굴레 속에 이런 글이 남아. 귀를 막고 있는 나를 남겨. 듣지 않는 세상에 대해서 써.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인생에 대해서 쓰려고 모든 입을 열고, 아무것도 아닌 말을 흘려. 그 모든 게 지금의 나야, 내가 알고 있는 나는 오늘을 그렇게 살고 있어.
무섭다고 쓰려고 했는데, 오늘은 무섭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지 않아. 발을 내딛으려고 보니 낭떠러지였어, 그래서 발을 내밀지 않았는데. 오늘은 발을 내밀지 않아. 그러니 낭떠러지도 내게 의미가 없어졌어. 나는 오늘 그냥 서있어. 양손으로 귀를 더 눌러 막아. 아무 말도 하지 마. 아니, 아무 말이나 해봐. 엄마, 나는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있어. 나는 지금 나의 말을 듣지 않고 있어. 어떤 것이 나를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뜨리게 될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