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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넌 May 24. 2024

금요일 오후 3시 27분

어윽 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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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작업을 하다가, 운동 가기 전에 카페에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씻고 나왔다. 카페에서 작업을 하다가 운동을 하고 집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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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 했다. 퇴근하고 친구와 만나 카페에서 작업을 좀 했는데, 그때 마신 커피가 원흉이었다. 웬만해선 저녁에 커피를 먹지 않는데, 어제는 커피를 한 잔도 마시지 않은 상태였어서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었다. 그리고 저질러 버린 것이다. 마실 땐 참 좋았다. 집에 돌아오니 11시, 집안일을 좀 하고 잠깐 책상 앞에 앉아서 작업을 조금 이어가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진다 싶어서 누웠다. 1시가 조금 넘어 잠자리에 누웠지만, 4시가 넘어서야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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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시가 조금 넘어서 깨어났다. 피로했지만 잠이 더 올 것 같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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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지금. 15시 31분. 카페에 앉아서 정신을 줄줄 흘리고 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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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ㄹ…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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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를 이미 한 대접 마셨는데 너무 졸리다. 평소 낮잠을 잘 자지 않는데, 지금 상태라면 정신없이 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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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다 눈을 꿈뻑였다가 글을 쓰다 창 밖을 봤다가 글을 쓰다 멍하니 글자들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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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쓴 글자들이 뭘 의미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나 잘 쓰고 있는 건가, 지금.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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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ㄹ…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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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 다닐 때 늘 잠이 부족해서 곧잘 꾸벅꾸벅 졸곤 했었다. 문득 그때 생각이 난다. 교양 수업으로 프랑스어 수업을 듣고 있었다. 교수님이 와인을 아주 사랑하는 분이셔서, 강의 중간에 와인에 대한 지식이나 일화들을 얘기해 주시곤 했었는데 그날도 역시 와인 얘기로 이야기가 빠지고 있었다. 나는 강의실 문 앞 가장 첫 줄에 앉아있었는데, 교수님의 얼굴이 자꾸 흐려졌다. 분명 와인 얘기를 듣고 있었는데, 머릿속에 들어오는 게 하나도 없었다. 와인 얘기가 끝나고 잠깐 강의실에 적막이 흐르던 참에 쿵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얼굴을 그대로 책상에 들이박았다. 꾸벅꾸벅 졸아보긴 했지만 그렇게 낯짝을 책상에 박아보긴 처음이었다. 코가 아팠다. 너무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헉 죄송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교수님의 눈빛이 떠오른다. 어떤 눈빛이었는지 말하진 않겠다. 상상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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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잠이 쏟아져서 잠시 나가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왔지만, 스위치가 내려간 느낌이다. 머릿속에서 손에 잘 닿지 않는 스위치를 올리려고 민주가 까치발을 든 채 아등바등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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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야! 정신 차려! 잘 시간 아니야! 작업하려고 나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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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ㅈ…ㅗ…ㄹ…ㄹ…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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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치에 손 닿으시는 분? 계세요? 저 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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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꾸 감기는 눈을 꿈뻑이면서 쓴 어떤 짧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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