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업 5회 차.

벌써 5학년 이라니

by 루바토

어제 작은 아이가 반청소를 많이 했다고 한다. 공개수업 전날이라고 선생님이 청소를 구석구석 시킨 것 같다. 열심히 청소했으니 손가락으로 먼지 있나 없나 확인해 봐도 되냐고 물었더니 그 정도까지 깨끗하진 않은지 당황하며 굳이? 라며 어이없어했다. 10시 40분 넘으면 교실에 들어올 수 없으니 늦지 말고 오라며 신신당부하길래 알았다며 꼭 안아주었다.


공개수업에 늦지 않게 가려고 5분 정도 넉넉하게 출발하여 쉬는 시간에 도착했다. 반에서 아이가 앉은자리를 찾고 인사를 하고 수업을 기다렸다. 곳곳이 깔끔하게 정리된 게 먼저 눈에 띄었다. 공개수업이라고 환영인사 및 주의 안내가 붙어있었고 참관록에 이름을 적고 수업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애들이 어렸을 적엔 발표한다고 손드는 아이가 반이상일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이제 어느덧 고학년이라고 발표손이 많이 줄었다. 그래도 꽤 많은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손을 들며 수업에 참여했다. 우리 아이는 조용히 선생님 말을 듣고 유인물을 풀어나갔다. 안 써지는 대목이 있는지 연필을 이마에 대며 한참 고민하는 듯 보였다. 후에 물어봤더니 고민하고 그런 건 아니었다고 했다. 산만한 모습이었나(?)


내가 학생일 때 경험한 공개수업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비교해 보기 어렵지만 선생님에 대한 내 입장이 확연히 달라지다 보니 뭔가 짠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학생이 아니고 학부 모니까 당연한 일이겠지만. 학생일 때의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 기준ㅋㅋ) 존경하며 행동, 언행이 멋져 선망의 대상이었는데 지금은 책상 위에 놓인 테이크아웃 커피가 피로감을 대신 호소하고 있는 직장인으로 느껴졌다. 더군다나 공개수업이니 평소보다 얼마나 많은 신경을 더 썼을까. 주위 다른 학부모도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준비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이도 학생일 때는 20살 정도 위의 어른이었고 지금은 동년배 혹은 더 어릴 수도 있는 같은 성인이라고 생각하니 말할 수 없는 안쓰러움이 생겨났다. 안쓰러움의 이유는.. 아마도 말 안 듣는 우리 아이에 대한 걱정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름 착한 아이에 들어간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어려움이 있고 그런 아이들이 20여 명 더 있으니 얼마나 고될까? 하는 그런 마음. 그래도 아이들도 선생님 말을 잘 따르고 선생님도 아이들을 잘 통솔하고 학부모에게 요청하는 모습들이 자연스러운 걸 보며 연차가 좀 쌓여있어 보였다. 그걸 보며 또 초임 선생님이 있다면 오늘 얼마나 식은땀을 흘리고 계실까 생각이 들며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남걱정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듣는 학교수업은 역시나 집에 가고 싶어 졌고... 매일 수업 듣는 애들의 마음도 십분 이해가 되긴 한다.


오늘 수업 내용이 문단을 나누고 중심문장, 뒷받침 문장에 대한 내용이었어서 그런지 글이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글을 다시 쓰게 된 걸 지도. 문장에 하지만이 들어가 있는 걸 보며 하지만이 저 위치엔 어색한데 굳이 안 써도 되는데 애들에게 부사를 쓰는 걸 노출시키기 위해 그런 걸까 하며 하지만을 이리저리 넣어보며 수업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오늘 애들은 걱정만큼 부산스럽지 않았고 수업에 집중하는 것 같아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이 모습 그대로 아니 욕심상 더 열심히 공부해 주면 좋겠지만 욕심이겠지. 1학년 때보단 수업내용도 난이도가 생기고 집중력도 더 필요해졌지만 잘 적응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언제 저렇게 컸는지. 3학년 반과 5학년 반을 왔다 갔다 하며 지켜봤는데 5학년 반은 고학년이라고 더 듬직해 보이고 3학년은 아직도 앳된 모습이 많이 보였다. 얼마 안 있으면 사춘기도 오고 교복도 입고 하겠지. 그러다 문득 속싸개에 쌓여 지내던 모습들이 떠오르며 오늘 하루는 타임머신을 탄 듯 시간의 흐름이 들쑥날쑥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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