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이 변하길 바란다.
“엄마!”
“왜!”
난 엄마가 되었다. 귀찮을 때도 많다. 별거 아닌 일도 손이 간다. 간식을 먹는 것조차도 간식을 꺼내 주고, 까주고, 물을 먹여주고, 잔뜩 흘린 부스러기를 치우고, 상도 치우고, 아이도 닦아 줘야 한다. 언제쯤 스스로 할까 생각하다 이때가 젤 귀여울 때지 이럴 시절도 얼마 안 남았네 후회가 남지 않게 잘 해주자 싶다가도 울컥 화가 오를 때가 있다. 밍기적 밍기적 다시 부르지 않길 바라기도 하고, 때가 더 심해지면 진작 처리(?)할걸 후회도 하고, 아이 둘이 잘 놀면 '둘이 있어야 엄마가 좀 편하지' 생각한다. 인생의 중심이 아이로 변했다.
아이들과 웃고 떠들 땐 즐겁다가도 순간순간 느껴지는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다. 멍하니 시간을 보내게 되고 살이 찌고 움직임은 최소가 되어 갔다. 그렇게 나는 지방에 묻혀 갔다. 내가 조금 더 부지런했다면, 내가 조금 더 아이를 좋아했다면 그런 허전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뒤늦은 후회로 마음이 더 힘들었다. 설거지가 왜 이리 슬픈지. 빨래 널기가 왜 이리 슬픈지. 인생이 변했으면 싶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인생이 변한다란 문구를 품은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다이어트 보조 식품, 헬스장, 책 홍보 문구에 자주 등장하는 말. 살이 빠지면 인생이 변한다. 이 책을 읽으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한 건 꼭 광고 때문은 아니었지만 책을 읽고 운동도 시작했다. 인생이 변하면 어떤 느낌일지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했다. 난 변하고 있는 건지 변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어디쯤에 있는 걸까? 아직 잘 모르겠다. 책을 읽기 시작한 지는 1년쯤 되었고 운동은 9개월째 꾸준히 다니고 있다. 식이 조절은 실패하여 한 달에 1kg 정도씩 빠졌다. 먹는 걸 이겨내지 못했다. 오늘도 라면이 너무 먹고 싶어 먹고 말았다. 왜 이리 맛있는지. 중독성이 너무 강하다. 다이어트엔 밀가루, 튀김이 제일 큰 적인데. 난 또 지고 말았다. 처음 목표는 올해 안에 55kg을 달성하는 것이었는데 아직 멀었다. 내년 이맘때쯤에나 성공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때가 되면 인생이 변해 있을까.
책에 실려 있는 ‘믿어라’, ‘시작하라’, ‘되뇌어라’. 시작도 했고 되뇌고 있고 믿고 있는데 실패한 이유는 믿음의 부족인가. 내 배 속은 알고 있겠지. 내 입은 알고 있구나. 입안에 느껴지는 라면의 맛. 허점투성이지만 변하길 원하며 노력한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난 하루를 무엇을 하고 보냈는지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정신없이 살던 시절, 종일 게임에 몰두했던 시간. 유일한 탈출구라 여겼다. 그때는 하루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을 잘 떠올릴 수 없었다. 눈을 뜨고 멍하니 몸이 움직이는 데로 움직이다 보면 하루가 지나가 있었고 다시 잠자리에 누워 잠드는 일이 다였다. 변하자. 바쁘게 지내기로 마음을 먹고 난 후, 지금은 눈을 뜨면 내가 벌여놓은 일들이 있다. 이렇게 글을 쓰기도 하고, 애들과 있었던 일도 기억이 난다. 아침에 양말이 불편하다고 때를 쓰는 걸 혼내준 일. 몇 주 동안 바빠서 어린이집 주말 숙제가 잔뜩 밀려 오늘은 꼭 하자고 얘기했던 일. 아침에 김치볶음밥을 해달라는 이야기. 크게 특별하진 않지만 소중한 일상이다.
헬스장 가서 멍하니 자전거나 러닝머신을 타다 보면 30분이 훅 지나간다. 근력운동을 할 때 집중을 하지 않으면 자세가 흐트러질 때가 있다. 무언가 인생이 변하려면 집중이 된 상태. 몸의 근육을 하나하나 느끼고 근육의 움직임을 생각하고 하는 운동처럼 각성된 상태가 된 걸 의미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부족하지만 꾸준히 하고 있는 운동이 내 근육에 새겨지듯이 하루가 인생에 각인되어 간다. 이렇게 하루하루 쌓아가다 보면 내 인생이 어느샌가 변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