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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바토 Feb 17. 2021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왜 안돼? 왜 안될까

  남자는 남자고 여자는 여자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든 일인가? 과학적으로도 남자 = XY, 여자 = XX. 증명이 되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사춘기가 문제인 것 같다. 어렸을 적 남자애들이 빠르게 뛰는 게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뛰고 싶은데. 원체 행동이 굼뜨고 달리기는 항상 꼴찌여서 더 부러웠을 지도. 그래서 뛸 때 중력의 영향으로 존재감을 더 느끼게 되는 가슴이 너무 불편했다. 흔들리는 것도 싫었고. 그래서 스포츠브라를 주로 하고 다녔다. 성형 수술로 가슴 확대 수술을 하는 걸 보고 가슴 큰 걸 왜 좋아하는지 의아하게 여겼고 이해도 안 됐다. 가슴 큰 건 불편하고 걸리적거리는 일이었으니깐. 그래서 남자였으면 어땟을까 생각을 하긴 했다. 딱 거기까지.


  성인이 되어선 자연스럽게 몸의 굴곡이 진 모습이 이쁘다 여겼다. 라인을 그대로 보여주는 운동복을 입기도 했다. 근육 움직임을 봐야 한다는 필라테스 강사님의 강매 아닌 강매로 구입하게 됐지만 나름 만족했다. 평상시 입는 사람도 길거리에 많이 보이고, 주변을 보면 운동복이 생활복이 되었다.(난 그래도 면옷이 편함)


  고민이 시작되는 사춘기의 경험이 큰 거 같다. 내가 이랬으면 어땠을까, 이런 점이 너무 싫다. 인터넷에 그런 고민을 온라인에 올렸다면? 우연히 동감하는 사람을 만나 사고가 한쪽으로 치우친 경우에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중학생쯤이었나 버디버디란 팅 사이트가 있었고, 그 전엔 천리안?이라는 채팅도 있었고 온라인이 활성화되는 시기였다. 그 외에도 게임 속에서 팅을 할 수 있었고, 야후, 싸이월드, 다음, 네이버, 네이트, 이름도 기억 안 나는 무수히 많은 사이트들이 있었다. 유명한 멘트가 있는 사이트가 있었는데, 기억하고 싶다. (라이코스? 맞나ㅋㅋ)


  난 굳이 그런 고민을 온라인에 얘기하지 않았고 엄마와 불편해 이런 식으로 만 얘기하고 넘겼다. 여자로 태어나서 자연스러운 부분이니깐.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남자로? 그런 우스갯소리만 하고 지나쳤는데, 그걸 진지하게 파고들면 성소수자가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일었다. 충동적인 마음이 강한 사춘기다. 대뇌변연계가 가장 활성화되어 자란다고 했던가.


  다른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좋고 싫음뿐일 때 같은 생각인 애들을 만나서 계속 좋은 것만 추구했다면 한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공감하는 친구도 그 친구였을 거고 마음을 나누는 친구도 그 친구뿐일 테니? 사고에 중립이 없던 시기라 그런 가정을 하게 된다. 엄청 내 생각만 하고 지냈던 시절이다 보니. 그러다 보면 이기적인 마음이 커지고 다른 것을 둘러볼 여유도 없었을 것 같다. 검색도 관련된 내용만 찾아볼 테고, 관련된 사람들만 만나니 이상하다는 생각도 않겠지. 내 생각이 맞으니 꼭 실현시켜야 된다. 이런 식으로 성소수자 모임이 점점 커진 것이 아닐까 싶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보고 싶은 사람만 만나고, 먹고 싶은 것만 먹고, 내 마음이 원하는 데로 편한 데로 사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그렇게 살면 좋지만, 기본은 한 다음에 그런 생활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싫지만 해야 할 일, 싫어도 들어야 되는 말,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조심해야 되는 일이 사회 구성원이라면  있다. 크게 얘기하면 법이 있고, 작게 얘기하면 규칙이 있고. 그래서 아예 법을 바꾸자는 얘기도 많지만 현 상황을 보면 조금 쓰다.


  육아 관련 책을 보면 이런저런 하지 말란 소리도 하지 말라고 한다. '이거 안돼 저거 안돼.' 이런 말이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라는 말이 있지만 다들 안돼 하면 안 돼 만 본 걸까. 아마 그렇게 자라다 보니 안 되는 게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안 되는 게 없는 게 좋지만, 그래도 난 어른은 어른으로 공경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악플로 공격하지 않고 여자는 여자로 남자는 남자로 자랐으면 좋겠다. 결혼이야 애들이 큰 후에 각자 할 선택이니 할지 안 할지 모르겠지만, 남자면 여자 친구를 사귀고 여자면 남자 친구를 사귀는 게 자연스럽지 않은가? 그래야 세대가 이어지는 것이고 원초적 본능인 종족번식이 되지 않는가.


  온라인으로 인해서 꼰대 문화도 페미니즘도 온갖 대립구도가 생기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조용히 듣는 자세가 부족한 것 같다. 온갖 자극적인 내용들이 즐비하니 고리타분한 얘기는 재미도 없고 그 사람의 행동 하나가 마음에 안 들면 거리를 두고 다가가지 않는 데다가 굳이 애써 좋은 면을 찾을 필요조차 없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다 대립구도다. 타협이 되지 않는 전쟁터. 핸드폰으로 편하게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부류가 나뉘어 서로 간의 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세워둔 벽을 조금씩 허물기 위해선 고집을 내려놓고 일단 듣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어쩌면 이것도 내 고집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은 평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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