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배우 Apr 16. 2019

악역의 당위성 - 피해자 의식

세월호 5주기를 맞아 망언을 날려주신 분들을 연극 캐릭터 분석하듯 접근

 '지겹다! 사골이냐? 그만 좀 우려라! 왜 가해자가 박근혜, 황교안인 것처럼 이야기하냐?'

 아침에 접한 기사를 보며 나는 잠깐 열이 오르는 수준의 분노를 경험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얼마나 피가 거꾸로 솟구쳐 오르는 분노를 느꼈을까? 

 수학여행을 간다고 웃으며 집은 나선 아이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고 그나마도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주검을 확인하기 위해 수개월을 기다린 부모도 있다. 온전한 시신이 아닌 신체의 일부를 발견한 이들도 있다. 내 아이는 죽었고 그의 죽음의 원인을 밝히고 누군가 책임을 지기 바랐을 텐데 그들에게 돌아온 건 정치권의 프레임 비틀기와 언론의 여론조작 그리고 일부 몰지각한 이들의 비정상적 조롱이었다. 

 이런 일을 해결해달라고 우리 손으로 뽑아 국회에 앉힌 그들은 오늘도 여전히 그들을 향해 싸구려 정치공세를 날려버린다. 

 



  우리는 가끔 팩트만 가지고 이야기하자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팩트'는 무엇인가? '팩트'는 존재하기는 한 것일까? 엄밀히 말하면 팩트는 존재한다. 세월호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면 

1. 배가 침몰함

2. '전원 구조'라는 뉴스가 나감

3.  팽목항에 임시 구조본부가 설치됨 

4. 실종자 구조 실패 후 진상조사단 꾸려짐

등등등..

 위에서 보듯 팩트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현상에는 방향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저 팩트를 바라보는 눈이 아니라 사건을 격은 당사자들에게 눈을 돌려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 배가 침몰함 - 내 아이가 타고 있는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당혹스러움을 너머 걱정 때문에 발을 동동 굴렀을 가족의 마음 그 초조한 기다림의 마음, 거기에 담긴 감정의 깊이와 에너지를 상상해 보라 


 5년 전 그때로 돌아가 생각하면 전원 구조라 떴던 뉴스속보를 보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가 오보로 정정이 되고 구조에 힘쓰고 있다. 배속에 에어포켓이 존재한다. 실제로 72시간 만에 구조된 사람들도 있다더라 하는 뉴스가 나오던 시점에는 전 국민이 염원하여 구조되기를 바랐다. 전 국민의 염원이 가지고 있는 감정의 에너지라는 건 얼마나 큰 것일까?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진상조사단이 꾸려지고 이렇다 할 내용을 밝히지 못하고 유야 무야 돼버리고 유민아빠 김영호 씨는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그곳으로 찾아온 일베회원들은 농성장 앞에서 어묵과 통닭을 먹으며 조롱하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사람들로서는 가히 상상할 수 없는 행동들이 '세월호 참사'라는 사건 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엄밀히 말하면 일베회원들이나 오늘 새벽 막말 논란을 일삼은 국회위원을 공감해보고 싶진 않다. 그러나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상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스스로에게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시나리오는 써볼 수 있을 것 같다. 배우의 인물분석 차원에서 말이다. 


 보수정당의 2선 국회의원에 보수집 결층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 A 씨는 오늘 아침 카카오톡을 통해서 기사 하나를 공유받는다. 세월호 5주기를 맞아서 박근혜, 황교안에게 세월호 가해자로 고발조치를 한다는 기사였다. 그는 아침부터 열이 올랐다. 9년째 장기 집권하던 보수 여당의 굳건한 권력을 깨뜨린 사건이 '세월호'였는데, 대통령 탄핵도 모자라서 총선 때 지지층의 일부가 돌아선 것도 모자라 또다시 고발을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때마침 어제 당중진과 저녁 술자리 이야기를 꺼냈다가 괜히 책잡히지 말고 조용히 집에 들아가라는 삐사리도 먹었던 터였다. 

 그에게 '세월호'는 자신의 출세를 막고 권력을 빼앗았으며 술 한잔 하자 이야기 꺼냈다가 창피를 당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그리고 카카오톡을 통해서 공유된 기사의 내용은 그에게 방아쇠가 되어 주체하지 못할 감정을 페이스북에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기사는 다 읽을 필요조차 없었다. 그의 이성을 마비시킬 단어로는 '세월호', '고발', '박근혜', '황교안'정도면 충분했다. 


 위의 내용은 어제의 장면의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상상하고 추측해 만든 시나리오다. 배우는 역할을 만들어 갈 때 행동의 당위를 만들기 위해서 이유를 만들어 낸다. 

 'Why?'는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가끔 위의 경우처럼 당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시나리오를 쓰다 보면 정말 화가 날 때가 많다. 나와 이름이 비슷한 '김의성'배우가 미스터션샤인에서 '이완익'을 연기하며 비슷한 심정을 토로했던 경우를 본다. 


 누구는 자녀를 잃어 가슴에 묻으려 내 자식이 왜 죽었는지만 이야기해달라는데.... 누군가는 자식 팔아 장사하냐며 그냥 사골처럼 우려먹냐며 그만 우리라고 이제는 국물도 안 나온다며 화를 낸다. 그리고 그가 화가 난 원인이 어젯밤 술 한잔 하자고 이야기했다가 창피당한 것이 그 이유라면 이건 정말 피가 거꾸로 솟을 일이 아닌가...




 물론 내가 한 이야기는 한 배우가 만약 어제의 사건을 연기해야 한다면..이라는 가정하에 만들어본 시나리오다. 100% 허구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정말 사소하게 내가낸 세금을 축낸다는 생각에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투쟁하는 그를 향해 어묵을 먹으며 조롱하던 이들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아도 충분히 자신의 분노를 그리고 불만을 비뚤어진 방식으로 비뚤어진 대상에게 풀어내는 것이 인간이다. 그리고 이 사회의 현주소다. 

 

 최근 들어 디자인 싱킹이라는 혁신사고 과정이 유행처럼 번졌던 건 어쩌면 공감이 결여된 사회에서 '공감'이 최고의 능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2019년 4월 16일 세월호 5주기가 지나며.... 10주기에도 20주기에도 그들을 보내며 그만 하라 지겹다는 이야기 하는 사람이 없기를 소망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유 정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