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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배우 May 12. 2019

간절함이 없어!!

나는 안 보이는데 너는 뭔가 보이냐?

 해마다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연기학원에서 연기과에 들어가기 위해서 땀을 흘리는지 모른다. 2015년 기준으로 동국대(최근 가장 인기 있는 연기과) 입시경쟁 비율이 70대 1이었다. 그나마도 눈치 보며 지방에 있는 연극영화과라도 들어가려고 눈치작전을 펴면 69명의 탈락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렇게 숫한 경쟁을 뚫고 학교에 합격하고 졸업을 하는 승리자들 역시 보장된 길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 더러는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다른 일을 찾아보고 더러는 연극판에서 전전 긍긍하고 밀려드는 후배들과 학교에 다니지 않은 연기지망생들과 경쟁도 해야 했다.

 정말 그들에게 간절함이 없었나? 가끔 생존 살롱 스터디를 위해서 회사에 가면 바로 아래층에 있는 연기학원에서 어마어마한 소리와 열정이 올라오곤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그들의 땀냄새가 진하게 느껴진다. 누가 그들의 열정에 간절함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런데 연극판에서 구르다 보니 그렇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그들에게 ‘그 간절함’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감정이 터져 나오지 못하고 나오려다 말고 걸린 것 같은, 코딱지가 절대 나오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집중하지 못하고 감정의 에너지가 줄줄이 새다 보니 결국엔 무대 위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내려오는 경우를 본다. 그 무대에 올라가기 전 숫한 연습시간이 존재했을 텐데 말이다. 그 많은 연습 시간 동안 그 간절함으로 뭔가 되지 않으면 연출가의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뭐라도 해보면 좋으렴만 자신을 놓지 못하고 오히려 그 상태에서 연출가와 감정싸움과 자존심 싸움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거의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왔을 텐데도 자신을 던지지 못한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내려놓지도 못한다. 마지막까지 놓지 못하는 자신이 남아있다.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던지기를 미루고 결국엔 아무것도 던지지 못한 채로 그렇게 찾아온 작은 기회를 흘려보내버린다.

 버스번호를 확인하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인데 버스를 타야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로 갈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버스번호를 검증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막차까지 보내버리는 친구들을 많이 봐왔다. 멀리서 찾을 필요가 있을까? 내도 역시 그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를 던지고 삶을 묶고 모든 인생의 중심을 묶어서 나를 던지고 신뢰를 기반으로 하라고 하는 모든 것을 해본 후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음을 알게 됐다. 그렇게 던져야 함께 할 수 있고 리더- 연출이 이야기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 보였다.

 또 그들이 리더로 나를 위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후에 알게 됐다. 버스 번호를 확인하면 됐는데 나는 그 버스가 나를 치고 갈까 봐 그 버스에 타면 돈을 뺏기고 쫓겨날까 봐 막연한 불안감과 피해의식에 의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신뢰 위에 관계가 쌓이고 나니 쓸데없는 에너지를 소모를 버리고 그 에너지를 믿어주는 그들의 디렉션에 온전히 나를 던질 수 있게 되니 어마어마한 세상이 열렸다.


 절박함이 부족해!!

 듣는 이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나를 놓을 수 없다면 당연히 보는 이들에게 절박함이 부족해 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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