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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배우 May 08. 2019

유시민 - 심재철 스모킹 건

이기는 싸움과 진 싸움을 계속 싸우는 것

 유시민 - 심재철의 공방의 핵심은 하나의 팩트를 어떻게 해석하고 바라보고 있는가? 에 있다. 대학시절 대규모 시위의 배후로 지목된 학생회 간부들의 진술서에 관한 진실.

 유시민 작가가 토론회에 나와서 늘 이야기하던 서로 간의 이견을 말할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에 입각하면 심재철 의원의 주장도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하고 밝혀보고 진실과 진실 너머에 있는 그때의 감정과 마음 진심 등을 가지고 이야기하면 되는 종류의 일이 된다.

 그럼에도 심재철 의원의 행동이. 그리고 자한당 의원들의 행동이 나에게 쓴맛을 남기는 것은 그들의 흔들고 싶어 하는 마음. 그때의 앙심이 남았으니 함께 이야기하고 사과를 받고 싶다가 아니라. 너 그런 사람 아니잖아 내가 너의 정체를 알아. 민주투사인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동료를 팔아먹은 파렴치한이잖아 네가 가면을 스고 사는 꼴을 보고 있기 힘들어라는 기저의 생각과 그 스모킹건을 통해서 상대방을 내리누르고 끌어내려 진흙탕에서 뒹굴어보자는 그들의 바람이 숨겨지지 않은 채 숨겨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일은 늘 존재해 왔다. 내가 중학교 고등학교 윤리 시간 배웠던 ‘칼뱅’ 할아버지는 예정론을 통해서 당시 유럽의 봉건제도와 신분제도를 지지하는 이론을 만든 권력의 부역자쯤으로 배웠다.

 하지만 신앙생활을 계속하며 알게 된 ‘칼뱅’ 할아버지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분이 우리를 향한 사랑을 어떻게 하면 더 깊이 계시할 수 있을까? 기도하고 노력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의 ‘예정론’ 하나님께서 우리가 모태에 나기 전 우리의 뿌리 아브라함의 허리에 있을 때부터 우리를 구원하시고 예정하셨다는 하나님의 사랑을 나타내는 교리를 가져다가 변질시켜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으로 노예는 노예로 귀족은 귀족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신분제를 공고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해버렸다.


 어디 이런 일이 종교에서만 일어났던가? ‘변호인’에서 유명해진 장면인 E.H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공산당의 책이라고 낙인찍고 민주화운동을 하거나 야학을 해서 노동자층을 계몽하던 이들을 탄압하던 수단으로 사용하던 것을 보지 않았던가?

 역사에서만 보면 ‘분서갱유’처럼 독재자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은 민중을 무지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이러한 관점을 나에게 가지고 오니 요즘 들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와 이 일이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요즘 들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ownership’이다. ‘주인의식’ 나에게 너무나 필요한 덕목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중요한 열쇠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나는 이런 생각에 빠지곤 한다. ‘아 저 사람이 나에게 이 정도의 임금을 지불했으니 나는 어느 정도의 일을 하는 게 적당할까?’

 굉장히 합리적인 생각임에도 불구하고 이 생각은 나의 삶을 힘들게 만들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에게 진짜 싸움은 늘 ‘내가 내 인생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내가 인생의 문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는가?’ 하지만 그럴듯한 질문의 합리적인 판단은 자꾸만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한다. ‘저 사람은 나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가?’ 내 인생의 왕좌를 누가 차지하고 있느냐의 내적 싸움이 진짜 싸움인데 자꾸만 그 주도권을 돈을 주는 사람이 가져간다. 그것도 조금만 주고 많은 일을 시키려는 악덕업주나 부당한 대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의 왕좌를 빼앗아 가는 것이다.

 일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 가? 에 대한 해답이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있는 것이다. 교묘하게 파고들어 마치 악덕업주가 훈화 말씀처럼 ‘사원 여러분 모두들 주인의식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주세요’라고 이야기하면 기분 나빠서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이미 주도권이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에게 넘어가 버렸다.

 내 왕좌의 싸움에서 내가 앉을 건가 앉지 않을 건가는 이기고 지는 싸움인데 그 자리가 나를 힘들게 하는 누군가가 앉아있다면 그건 처음부터 진 싸움이다.  싸울수록 손해고 나를 힘들게 하는 싸움이 되는 것이다. 아~~ 쓰고 보니 나도 매번 지는 싸움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서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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