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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배우 Sep 18. 2019

인, 과 사이의 쉼표

원인과 결과 사이 사람의 판단의 기준이 되는 건?

 세상엔 내가 이해하기 힘든 일들 투성이다. 나에게 태극기 부대의 무조건적인 과거정부에 대한 확신이 그랬고 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 그들의 극명한 온도차가 그랬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는 판단의 기준이 되는 건 뭘까?



 연극배우들의 희곡 읽기의 가장 큰 특징은 위의 이해 불가의 상황을 읽어내게 만든다. 만약 위의 인물 중 하나가 내가 표연해야 할 인물이라면 나는 대본 속에서 그의 감정을 따라가며 대본을 읽을 것이다. 어떤 순간에는 손뼉 치고 웃기도 하고 그러다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지점에서 화를 내 거나 혹은 웃기도 한다. 바로 무언가 사건이 발생하고 난 다음 반응이 일어나는데 도저희 그 인과를 연결시키기 힘든 장면들에 분석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과연 무엇이 그의 행동을 이끌어 낸 것인가? 고민하고 그 쉼표를 발견하기 위해서 힘쓴다. 배우의 대본 분석의 8할이 이런 비어있는 감정을 채워 넣어 연결되게 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반대로 생각한다면 사람들은 많은 순간 인과 안에 쉼표에 따라 인생의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그 쉼표는 감정, 환경, 학습 등의 비이성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무엇 맨 처음 할지에 대한 판단에 대해 생각해보자. 아침에 처음 일어나 물을 한잔 마신다거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바로 씻거나 이성적으로 할 수 있는 좋은 일들은 너무 많지만 우리는 많은 경우 어제 자다가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핸드폰을 켜고 밤사이 올라온 SNS를 살피거나 알람 카톡 등을 확인한다 아주 자연스럽게 루틴처럼, 또한 아침밥을 무얼 먹을까 판단할 때도 역시 잘 짜인 식단에 맞춰 아침을 먹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젯밤에 과음을 했거나 밤늦게 야식을 먹은 여파로 아무것도 먹지 않거나 애를 써서 해장국을 먹으러 간다. 또는 부모님이 끓여놓은 국과 밥이 있지만 애써서 아침을 먹지 않거나 가벼운 콘프레이크를 우유에 말아먹고 나간다.

 나의 행동은 생각보다 이성적이지 않다 그리고 꽤나 많은 부분 본능이나 직관을 따라 움직인다.



 

 특별히 이성과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이런 주관적이고 직관적인 판단은 훨씬 더 많이 진다. 우리는 속히 이상형이라는 좋아하는 경향에 대한 이야기를 가끔 하곤 한다. 키가 큰 사람 아니면 몸매가 좋은 사람 혹은 건강한 사람 발목이 예쁜 살마 경제관념이 있는 사람 등 외모에서 성격에 이르기까지 선호하는 사람이 다양하지만 많은 부부 호감을 느끼는 사람은 이상형과 거리가 있는 것을 느끼곤 한다.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이라는 이야기로 자신을 자조하며 원래 그런 사람은 없는 것이라며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이라고 하지만 결국엔 이성으로 좋아하고 호감을 느낄 만한 상대라고 생각했던 것과 내 마음과 쉼표 안에 있는 프로세스가 호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차이가 많이 있다.


 그런데 연극을 하며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슈를 들을 보며 사람들을 분석하다 보면 그 쉼표 사이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이유는 ‘관계’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좀 더 설명해보면 앞서 처음 이야기했던 태극기 부대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자신의 경험이든 사회의 세뇌이든 선택적 언론의 장난이었든지 간에 과거 보수정부와 끊임없이 장기집권의 야욕을 가지고 있던 지도자들에게 한 고마움과 호감을 갖고 있는 듯한다. 그것은 심적인 거리의 가까움으로 다가오고 결국에 거리로 가까운 그들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들이 저지른 잘못은 더 작게 느껴지고 상대 진영의 조그마한 잘못은 크게 산정해 비난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비단 이것은 태극기 부대에 한정해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현 정부의 그간적 지지자들과 중도성향의 사람들 역시 그러한 심적 거리가 가까운 사람에게 조금 더 기울어 자신의 마음으로 그들의 과오를 덮어주거나 그들의 실적을 과대 포장하여 받아들이는 것 같다.




 우리의 눈은 언제나 밖을 향해 있다 보니 상대방의 향한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지만 심리학자 융은 ‘사람에게 객관은 존재하지 않는 다’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본인의 쉼표 체계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어떤 쉼표 프로세스로 인과를 만들어가는지 성찰 지능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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